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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굳이 묻지 않아도 송서림의 양복이 비싸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신이서는 혹시 핏자국이라도 묻을까 봐 걱정되었다. "신이서? 언제까지 발을 들고 있을 거야?" 송서림이 재촉했다. "잠깐만요." 신이서는 재빨리 가방을 열어 티슈 세 장을 꺼내 겹친 다음 송서림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예상치 못한 신이서의 행동에 송서림은 멈칫했다. "그냥 바지일 뿐이야." 신이서는 시선을 내린 채 무심하게 대꾸했다. "서림 씨, 낭비하지 말아요. 이 바지 서림 씨에게 잘 어울리는데... 더럽혀지면 안 되죠." 말을 하고 나서 신이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이 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몰랐다. 신이서의 말을 듣고 있던 송서림의 손가락이 실수로 그녀의 발목을 스치듯 만졌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침묵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를 맴돌았다. 슬며시 시선을 든 신이서는 송서림이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송서림은 상처를 바라보았다.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길이가 길었다. 발목에서 종아리까지 상처가 이어져 있었다. 하얀 피부 위에 맺힌 핏방울로 인해 유혹적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이 발은... 다른 문제이다. 송서림의 시선을 눈치챈 신이서는 발가락을 움츠렸다. "보지마요..." "상처가 길어서 구급 밴드로는 안 돼. 염증이 생기지 않게 붕대로 간단하게 처치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송서림은 신이서의 민망함을 끊어내며 소독약으로 상처를 닦아냈다. "네, 고마워요." 신이서는 송서림이 싫은 내색 없이 대신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것도 고마웠고 자신의 말을 끊어내고 체면을 지켜준 것도 너무 고마웠다. 외모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신이서는 스스로의 외모에 자신감이 없었다. 특히 고운성이 자주 자신을 평가하는 말을 듣고 난 뒤로 더더욱. "넌 허리가 너무 두꺼워. 내 친구의 여자친구는 허리가 한 줌밖에 안 되던데. 근데 난 신경 안 써. 난 너를 좋아하니까." "네 얼굴에 주근깨가 있는 게 조금 더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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