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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장

“고마워요.” 신이서는 손에 든 약 봉투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어쩐지 가슴이 따뜻해졌다. 집에 도착한 후, 송서림은 그녀에게 빨리 약을 먹으라고 재촉했다. 신이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뜨거운 물을 받고 다시 거실로 나오니 송서림이 쓰레기봉투를 들고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거 뭐예요?” 신이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잠옷.” “버리게요?” 신이서가 앞으로 다가가 보니 봉투 안에 담긴 건 양라희가 그날 이 집에서 입고 나왔던 그 잠옷이었다. “양라희가 그날 이거 입고 1층에서 너랑 마주친 거지?” 송서림이 물었다. “네.” “그걸 보고 넌 뭐라고 했는데?” “뭐라고 한 건 양라희 씨 쪽이었죠. 대충 인사하고 지나치려고 하니까 양라희 씨가 날 잡고 못 가게 했어요. 그러면서 서림 씨랑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해줘서 고맙다고 그러던데요?” 신이서의 말에 송서림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정정했다. “둘만의 시간이 아니고 일.” 신이서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누가 잠옷 입고 일해요?” “양라희가 옷에 커피를 쏟았어.” 신이서는 그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 “사지가 그렇게 부실해서 어떻게 해요? 언제는 발을 삐끗하지를 않나 이제는 손을 떨지를 않나, 이게 대체 몇 번째야.” 신이서는 홧김에 말을 내뱉고는 괜히 추궁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송서림은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았고 오히려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긴 해.” 신이서는 대뜸 컵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어쩐지 송서림이 자신을 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서림 씨는 내 말이 진짠지 확인도 안 해요?” “부부 사이에는 무조건 믿는 거야.” 송서림은 담담하게 말했다. 신이서는 물컵을 꽉 쥔 채 몇 걸음 너머의 송서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송서림은 지금 마침 불빛 바로 아래 서 있었다. 은은한 불빛이 쏟아져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 따스함이 감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신이서의 심장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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