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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신이서는 동료들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소위 말하는 시어머니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사람들 속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지 말해봐요. 단지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뿐인데, 바로 결혼으로 내 아들을 협박하다니!" "지금 내 아들은 걔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일도 못 하고 있어요. 내가 다시 화해시키려고 걔한테 몇 번이고 연락했는데 날 차단해 버렸어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염치를 무릅쓰고 부탁하러 찾아온 거예요. 그저 우리 같은 평범한 가정이 그 애의 높은 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고 앞으로 우리 아들과 잘 지내기를 바랄 뿐이에요. 우리 가족도 이렇게 똑똑하고 유능한 며느리를 아주 환영해요." 신이서는 말소리를 듣고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하고 있는 고운성 어머니를 보았다. 고운성 어머니는 검은색 면 소재의 치마에, 팔꿈치 쪽에 작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녀는 난처한 얼굴이었고 점잖은 사람처럼 보였다. 서울과 같은 번화한 대도시에서 땀에 젖은 옷을 입은 할머니보다, 단정한 차림의 할머니가 젊은이들의 호감을 더 얻는다. 신이서가 오는 것을 본 고운성 어머니는, 그녀가 반응할새도 없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이서야, 드디어 나를 만나주는구나. 내가 운성이 대신 너한테 사과하고 싶어. 운성이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서 많이 화났지? 이모 얼굴을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될까?" 이진연의 진심 어린 말투는 보통의 걱정이 많은 어머니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신이서는 그녀가 이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고운성이 청혼 후, 자신의 어머니를 소개해 주겠다고 해서 신이서는 그가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에 미리 과일과 양모 목도리를 선물로 준비했다. 그러나 고운성 어머니가 선물을 보고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목도리를 소파 위에 던지고 비꼬는 듯한 말투로 자신을 대할 줄은 몰랐다. "우리 마을에 한 청년이 대도시에서 온 여자랑 결혼했는데, 그 여자가 바로 시어머니한테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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