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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

"이서야, 너 매운 거 먹어도 괜찮네." 고운성도 덩달아 웃었다. 신이서는 어이가 없었다. 신이서는 이미 너무 매워서 목이 아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체면이고 뭐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놓인 양모 목도리와 과일을 들고 그의 집에서 나왔다. 이진연이 자신을 그토록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가져가서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편이 낫겠다고 신이서는 생각했다. 나중에 고운성이 쫓아와서 거듭 사과하고 나서야 그녀는 그를 용서했고, 결혼 후 부모님과 분가하여 살겠다고 약속하게 했다. 고운성은 분명히 약속했지만 돌아서자마자 그녀의 집을 탐내고, 그녀에게 자기 부모님과 함께 살도록 강요했다. 그러니까 처음 자신의 집에 데려갈 때부터 그녀를 존중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신이서는 눈앞에 있는 비굴한 모습의 이진연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고운성의 연기력은 그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분명했다. 신이서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차갑게 말했다. "이모, 저랑 고운성은 이미 헤어졌어요. 그 이유는 고운성도 잘 알고 있을 테니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신이서는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이진연이 두 사람은 이미 끝난 사이라는 걸 알고 물러나길 바랐다. 그러나 이진연은 더욱 눈시울을 붉히며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신이서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건 이천만 원이야. 네가 돈 때문에 우리 운성이랑 갈등이 생겼다는 거 알고 있어. 내가 고향의 오래된 집을 팔아서 이천만 원 모았어. 난 너희 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모두 도와줄게. 그러니까 이서야, 운성이를 용서하고 운성이와 결혼해 줘." 신이서는 할 말을 잃었다. 손에 쥐어진 은행 카드를 보니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두 사람 다 정말 변한 건가?' 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주위 동료들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특히 김유진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김유진은 비싼 하이힐을 밟으며 신이서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이서야, 너 아직 고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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