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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장

“도연 씨도 한번 마셔보세요. 맛이 어떤지.” “오빠가 우렸는데 당연히 맛있겠죠.” 용도연은 찻잔을 들고 호기롭게 한 입 마셨다가 금방 미간을 찌푸렸다. 쓰기만 한 것이 차향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자 신이서가 웃으며 말했다. “전에는 미지근한 물로 우려서 꼭 맹물을 마시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온도가 적정하지만 찻잎이 너무 많네요.” 이에 용도연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깨물었다. “다음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송서림이 말했다. “사실 이것도 훌륭해요. 전보다 훨씬 나은걸요?” “그래?” 송서림이 미소를 지으며 신이서를 바라보았다. 용도연은 다정한 두 사람을 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부부라는 건 둘이서 함께 하는 거지 한 사람이 모든 걸 책임지는 게 아니에요. 언뜻 숭고해 보이는 행동이지만 그런 건 나중에 가서 원망이 되고 아픔이 되거든요.” 용도연은 신이서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송서림은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구태여 묻지 않았다. “우리 지금 나가봐야 해. 선물은 고마워. 내가 태희 이모한테 따로 연락할게.” 빨리 이 집에서 나가라는 소리였다. 용도연은 그 뜻을 알아듣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봐요.” “네, 선물은 감사히 받을게요. 조심히 가요.” 신이서는 웃으며 그녀를 보내주었다. 용도연이 떠난 후 송서림은 바로 선물을 풀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무척 비싸 보이는 유리컵과 마트 같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리컵이 각기 하나씩 놓여 있었다. 이에 신이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건 좀 특이한 조합이네요?” 송서림은 이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명품 샵에서 이런 식으로 포장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이건 일부러 이렇게 선물했다는 뜻이다. ‘재밌는 걸 보냈네.’ 용태희는 이제껏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아프다는 걸 내세웠기에 사람들은 아픈 사람이 뭘 하겠냐며 자연스럽게 용태희는 시선 밖으로 뒀다. 하지만 그녀는 용씨 가문의 일원이다. 용진숙의 양녀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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