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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처음에 하림은 자기 딸이 뭐든 잘하는데 타고난 성격이 차가워서 만나면 마음을 여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심유정의 따뜻한 면을 보았기 때문에 갖은 방법을 다해 그녀의 마음을 열 생각이었다. 5년간의 연애 동안 온서빈의 모든 게 그녀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옷은 물세탁이 불가능해서 매일 퇴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세탁소에 옷을 보내 세탁을 맡기는 것이었고 매일 집에 도착해서 바로 따뜻한 밥과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무심한 한마디에 좋아하는 주얼리 디자이너 일을 그만두고 심유정의 회사 근처에서 급여는 적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사무직을 찾아 그녀의 집으로 이사까지 했다. 심유정이 술 냄새가 싫다고 해서 바로 술을 끊었고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었다. ...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그는 집이 없는 것 같았고 어디를 가든 떠돌이 신세였다. 그러나 심유정과 함께한 후 그는 무의식적으로 의지할 곳이 있다고 느끼며 심유정이 있는 곳이 곧 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를 돌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다행히 그의 헌신이 전부 헛된 것은 아니었고 심유정은 더 이상 그에게 차갑게 굴지 않으며 새해 선물 교환 약속 같은 그의 바람도 들어주었다. 모든 것이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쯤 두 사람의 삶에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 이름은 송성진, 그녀의 대학 동기였다. 결벽증이 있는 심유정은 온서빈에게 차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게 했고 그녀가 싫어하자 온서빈도 굳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송성진이 그녀의 차에서 과자를 먹고 있는데도 그녀가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온서빈이 처음 디저트 만드는 데 성공했을 때 디저트를 가져와 그녀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지만 심유정은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인상을 찌푸리고 바로 밀어냈다. 그런데 나중에 송성진과 함께 밥을 먹을 때 송성진이 싫어하는 디저트를 전부 그녀에게 내밀었을 땐 흔쾌히 받아들였다. 온서빈의 친구들은 모두 술을 좋아하고 여가 시간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술집에 가서 술 마시는 것인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심유정은 시끄러워서 싫다며 그런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송성진이 술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땐 거절하는 게 아니라 그와 동행했다. 그리고 온서빈이 물어볼 때마다 그냥 친구 사이라며 괜한 생각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결국엔 온서빈을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다. 모든 것을 털어놓자 온서빈은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침묵을 지켰다. 한참이 지나서야 누군가 오랜 침묵을 깼다. “널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계속 그 여자 옆에 있는 거야?” 온서빈은 그 말을 하는 연지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젠 안 그래. 헤어지기로 결심했고 나 보름 뒤면 출국해.” ... 온서빈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심유정은 아직 깨어있었고 문을 들어서자마자 그의 몸에서 나는 진한 술 냄새를 맡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술 냄새 싫어한다고 말하지 않았어? 질투가 나면 그렇다고 말하지 왜 이렇게까지 술을 마셔?” 온서빈은 신발을 갈아 신고 곧장 화장실로 걸어가다가 그녀를 지나칠 때 자리에 멈춰 섰다. “기분 좋아서 마신 거지 너 때문에 마신 거 아니야.” 심유정은 미간을 문지르며 지금 그의 상태론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더 말하지 않고 온서빈이 방으로 돌아가 쉴 수 있도록 부축해 주려고 했다. 그런데 온서빈이 다가온 그녀의 손을 피할 줄이야. “안방에서 잘 거야, 객실에서 잘 거야?” 밀어내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린 그녀의 표정이 굳어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지금 나랑 각방 쓰겠다는 거야?” 온서빈이 손을 흔들었다. “술 냄새 싫다며? 그럼 따로 자는 게 낫지.” 말을 마친 그는 심유정을 내버려둔 채 뒤돌아 안방으로 돌아갔고 씻고 나온 뒤 객실 문이 쾅 닫기는 소리가 들렸다. 심유정은 화가 났다. 예전 같으면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서둘러 달래주러 갔을 텐데 지금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잠에 빠졌다. 다음날 온서빈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간단한 절차에 인수인계도 금방 마무리 되어 집으로 돌아왔을 땐 겨우 점심시간이었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케이크를 들고 나가는 심유정을 본 온서빈의 시선은 그녀의 손에 들린 케이크로 향했고 문득 오늘이 송성진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도 심유정은 멈춰 서지도, 눈길 한 번 주지도 않고 곧장 문밖으로 나갔다. 그들의 냉전이 시작됐다는 징후라는 걸 잘 알았기에 온서빈도 잡지 않았다. 송성진이 귀국한 후 3년 동안 송성진 때문에 수없이 다툼이 있었고 다툼이 끝나면 둘은 늘 냉전 상태로 한동안 이렇게 지냈다. 매번 그녀가 이런 식으로 나올 때면 온서빈은 곧장 잘못했다고 말하며 그녀의 화가 풀릴 때까지 달래곤 했지만 이번에는 곧장 시선을 돌리며 전혀 그녀의 기분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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