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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심유정이 떠난 후 온서빈은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방으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보름 후에 런던에 가는데 먼저 살 집을 찾아야 했고 현지 음식을 찾아 집에서 연습하곤 했다. 앞으로 외국에서 혼자 살려면 미리 적응해 두는 편이 좋았다. 침대에 누워 무심코 휴대전화를 뒤적거리던 온서빈은 30분 전에 송성진이 인스타에 글을 올린 것을 봤다.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해줘서 고마워.] 맨 마지막에는 송성진 옆에 앉은 심유정이 이제껏 본 적 없는 다정한 눈빛으로 송성진을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심유정을 비롯한 심유정의 친구들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고 심지어 첫 번째 댓글은 심유정이 남긴 것이었다. [내가 약속한 건 반드시 지켜.] 그녀의 친구들도 저마다 댓글을 남기며 부추겼다. [두 사람이 행복하니까 보는 우리도 행복하네.] 하지만 화기애애한 댓글 창이 마지막 댓글로 와장창 분위기가 깨졌다. [그만해. 온서빈이 보면 또 뭐라고 해.] 처음에 온서빈은 난리를 부렸었다. 당시에는 송성진이 심유정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정말 친한 친구 사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심유정이 송성진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남다르다는 걸 눈치챘어도 이성끼리 아무리 친구 사이라 해도 남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적당히 거리를 두라며 좋게 얘기했었다. 더할 나위 없이 당연한 말인데 심유정은 곧장 표정이 굳었다. “우린 친구로서 정상적으로 만나는 것뿐인데 거리를 둘 게 뭐가 있어?” 심지어 그녀의 친구들마저 이렇게 말했다. “속 좁게 굴지 마. 남자 친구가 왜 다른 친구도 못 사귀게 해? 너무 쪼잔하다.” 온서빈은 그저 적당히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왜 그들이 자기를 손가락질하며 속이 좁다고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야 우연히 송성진이 그냥 친구가 아니라 어머니의 반대로 헤어진 뒤 먼 타국으로 떠난, 늘 잊을 수 없었던 첫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뒤에 심유정이 소개팅에 응하고 그와 만났던 거다. 그제야 비로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온서빈은 심유정이 송성진을 그토록 남다르게 대했던 것도, 그녀의 친구들이 그를 싫어했던 것도, 심지어 둘에게 거리를 두라고 했을 때 격하게 반응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심유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으로 송성진만을 좋아했다. 그러니 친구들 눈에 온서빈은 송성진의 자리를 꿰찬 도둑일 뿐이며 송성진이야말로 심유정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고 심유정이 송성진과 함께 있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생각에서 헤어 나온 온서빈은 그들의 말처럼 심유정에게 따지는 대신 휴대폰을 끄고 깊은 잠에 빠졌다. 다시 잠에서 깼을 때는 한밤중이었고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에 눈을 뜨자 어두운 표정의 심유정이 보였다. 그는 침대 옆 휴대폰에 손을 뻗어 시간을 확인한 뒤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온서빈은 긴 한숨을 내쉬며 짜증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그런데 심유정이 곧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불쾌감을 한껏 드러낼 줄이야. “온서빈, 내가 네 여자 친구인 건 알아? 내가 이렇게 늦게 돌아왔는데 전화도 안 해? 내 친구 남자 친구들은 빨리 오라고 전화해서 재촉하기 바쁜데 넌 뭐야? 문자 한 통도 없이 뭐 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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