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장
신지수와 상대는 말이 없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상대방의 얕은 숨소리와 가끔 스쳐 지나가는 희미한 전류 소리뿐이었다.
지루했던 신지수는 한 손으로 전화기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앞에 놓인 약재 진열대를 만지작거리다가 라벨을 모두 떼어내고 나서야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삐죽거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지금 뭐 해요?”
“뭐 하는 것 같은데?”
남자의 낮고 또렷한 목소리가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울려 퍼지자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던 신지수는 그 목소리가 전해지는 동시에 뜨겁고 타는 듯한 숨결이 귓가에 닿는 것만 같았다.
간지러웠다.
신지수는 야릇한 그의 말에 허리마저 삐끗할 뻔했다.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던 과거의 이도하는 저 위에서 고고하게 군림하며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존재였지만, 이제 여자에게 홀라당 넘어간 이도하는 무슨 맥이라도 뚫린 사람처럼 알아서 기술을 연마하고 낯간지러운 말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신지수는 이를 악물었다.
“난 당신만큼 뻔뻔하지 않아서요. 끊어요!”
전화를 끊기 전 신지수는 이도하가 억울한 듯 뱉는 한마디를 들었다.
“쯧, 왜 그렇게 이상한 생각을 해?”
“...”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신지수가 약재 창고에서 나오자 8명의 한의사가 각자 바쁘게 움직이던 중 한 명이 그녀를 보고 놀라며 말했다.
“스승님,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요?”
빨갛다고?
신지수가 손을 뻗어 만져보니 조금 뜨겁긴 했다.
어쩔 수 없다. 어떠한 장면이 저도 모르게 뇌리에 파고들었다.
그녀도 어느 정도 남색에 홀려 이성이 흐트러진 셈이다.
신지수가 목을 가다듬으며 둘러댔다.
“안이 너무 답답해서요. 다들 일해요. 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아, 그러세요.”
여덟 명의 한의사는 문진하고, 침을 놓고, 약을 처방하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신지수는 문밖으로 나갔고 바깥의 찬바람이 불어오자 머리가 한결 맑아졌다.
오늘은 강성에서 보기 드물게 맑은 날이었다.
강민아는 신지수에게 오후에 같이 등산을 가자고 했고 신지수는 흔쾌히 동의했다.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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