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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장

갓 샤워를 마친 듯한 신윤아는 머리가 아직 덜 마른 상태였고 머리끝에 물기가 남아 있었다. 따뜻한 수증기에 얼굴이 약간 붉게 물들었고 맑게 빛나는 눈동자는 수줍음과 부끄러움을 머금어 더욱 애처로워 보였다. 얇은 실크 드레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냈고 신윤아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바닥에는 젖은 발자국이 생겼다. 드레스는 나비의 날개처럼 가볍게 흔들리며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하늘거렸다. “오빠...” 신윤아는 수줍게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까만 머리카락이 그녀의 도자기 같은 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육서진은 숨이 턱 막혀 왔고 눈동자 색이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신윤아가 다가와 그를 안으려는 순간 육서진은 살며시 그녀를 밀어내며 말했다. “윤아야, 장난치지 마. 옷 제대로 입어.” 신윤아는 그의 말에 굴하지 않고 더 세게 그를 껴안았다. 포근한 그녀의 향기와 부드러운 감촉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젊고 혈기 왕성한 남자인 육서진은 이런 유혹에 한순간 마음이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육서진은 단호하게 그녀를 다시 밀어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강한 어조였다. “너 아픈 거 아니면 난 이만 갈게!” 그 말을 남기고 육서진은 냉정하게 돌아섰다. 신윤아는 멍해졌다. 오늘을 위해 그녀는 무려 한 달 넘게 육서진을 만나지 않고 매일 피부과에 다니며 얼굴에 손을 봤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해지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육서진이 벌써 떠나려 한다니? ‘안 돼!’ 신윤아는 잽싸게 육서진을 따라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울먹였다. “오빠, 난 오빠를 정말 좋아하는데... 오빠는 왜 나를 받아주지 않는 거예요?” “...” 육서진은 답답한 표정으로 천천히 그녀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윤아야, 나도 너 좋아해. 하지만 그건 오빠로서 동생을 아끼는 그런 마음이야. 이해하지?” ‘오빠가 동생을 아끼는 마음이라고?’ 신윤아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눈가가 금세 붉어졌고 마음속에서는 비수가 꽂힌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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