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장
학교 근처 작은 모텔 앞으로 온 소이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아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익숙한 방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린 순간 손 하나가 나타나더니 소이현을 방 안으로 확 잡아당겼다.
강인하는 불을 켜지도 않고 소이현을 벽 쪽으로 밀어붙이고는 여기저기 만지면서 키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입을 별로 맞추지도 못했는데 목 쪽에 뭔가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소이현이 과일칼의 날카로운 칼끝으로 강인하의 목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었다.
강인하는 두 손을 천천히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이젠 칼로 찌르기까지 하려고?”
“강인하,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야.”
소이현은 미친 듯이 화를 냈다.
“휴대 전화 이리 내. 내가 보는 앞에서 영상과 사진 싹 다 지워!”
“지우지 않겠다면?”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하의 모습에 소이현이 이를 깨물고 말했다.
“강인하, 우리 그래도 한 때는 좋아했던 사이인데 좋게좋게 끝내야지 않겠어? 난 지금 더 좋은 남자를 만났어. 대체 언제까지 나한테 매달릴 건데?”
“매달린다고?”
강인하는 이 한마디를 여러 번 곱씹어 보니 기분이 점점 안 좋아졌다.
“소이현, 네가 예전에 그랬었잖아. 내가 매달리는 거 가장 좋아한다고.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힘든 일이 닥쳐도 헤어지지 않고 평생 함께하자고 했어. 네가 했던 말들 다 잊은 거야?”
“아니, 안 잊었어. 하지만 난 사람이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강인하, 나랑 만나는 동안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무슨 자격으로 평생 함께하자는 건데? 네가 나한테 줄 수 없는 거 성재는 다 줄 수 있어. 난 잘 살고 싶어. 잘못한 게 없다고!”
강인하가 피식 웃었다.
“너한테 난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넌 그저 내가 심심할 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야.”
소이현은 살짝 흥분한 나머지 들고 있던 칼에 힘을 주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강인하의 목을 스치면서 시뻘건 피가 뚝뚝 흘렀다. 그 모습에 소이현은 잠깐 놀라기만 할 뿐 걱정되는 마음은 전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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