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2장
온지선이 의사를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사모님, 정말 아가씨를 저 여강석 씨와 단둘이 두실 거예요?”
온지선이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하나 씨도 믿고 아영이도 믿는데 나도 한 번 믿어보죠 뭐. 빈우만 깨어날 수 있다면 상대가 마귀여도 무섭지 않아요.”
...
여강석이 침대맡에 앉아 임하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까마득한 밤은 고요하기만 했다.
여강석은 외투를 벗고는 방문과 베란다 문을 잠궜다. 그러더니 모든 커튼을 내리고는 임하은의 옆에 누웠다.
여강석이 손을 내밀어 임하은을 품에 꼭 끌어안더니 말했다.
“하은 씨, 내 허락 없이 절대 죽으면 안 돼요. 알겠죠?”
“깨어나요. 하은 씨가 죽으면 김씨 가문 사람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예요.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
여강석이 이렇게 속삭였다. 바다를 떠돌아다니던 배가 쉴 수 있는 항구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마음속을 감도는 따듯함과 고요함은 여강석이 꿈에서도 그리던 것이었다.
요즘 바삐 돌아치다 보니 여강석도 몸과 마음이 피곤한 상태였다. 그는 임하은을 안은 채 두 눈을 감고 천천히 잠에 들었다.
...
임하은은 지금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시선이 닿는 곳은 전부 엄동설한이었다.
세상이 온통 하얬다. 티끌 하나 없이 맑은 눈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임하은은 꿈속 세상을 하염없이 걷고 있었다.
순간 어디선가 따듯한 기운이 몰려왔다. 그러자 봄바람이 불고 꽃이 피어났다. 마치 삶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임하은이 눈을 떠보니 앞에 남자 얼굴이 보였다.
평소에는 매섭기만 하던 얼굴이 지금은 온화하고 차분했다. 남자는 콧대가 높고 눈매가 짙은 편이었다. 잠에 들어서 그런지 미간을 채웠던 살기도 사라지고 없었다.
‘여강석 씨?’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그대로 임하은의 입을 타고 밖으로 새어 나왔다. 목소리는 갈라질 대로 갈라져 있었고 모깃소리보다 더 작았다.
하지만 여강석이 이내 눈을 번쩍 뜨더니 까만 눈동자로 임하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참으로 사람을 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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