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장

육성재의 시선이 임하나에게 닿았다. 눈빛에 걱정이 가득 서려 있었다. 그는 목소리를 잃은 후 한번도 말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눈동자만은 임하나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육현우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무슨 일 있어?” “...” 육성재는 육현우와 조용히 눈을 맞추다가 고개를 저었다. “별일 없으면 나가지 마. 여기는 육씨 저택이 아니야. 내가 너를 봐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육현우가 미지근한 말투로 말했다. “우리 집으로 왔으니 내 규칙에 따라야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할머니가 부탁하신다고 해도 나는 너 쫓아낼 거야.” 육성재는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더니 아무런 반박도 없이 옆으로 조용히 물러섰다. 육현우는 임하나를 안은 채 육성재 앞으로 지나갔다. ... 위층으로 올라가서도 육현우는 어딘가 냉랭해 보였다. 임하나는 날렵한 육현우의 턱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화났어요?” 육현우는 임하나를 침대에 내려놓더니 커다란 체구로 그녀 위에 올라탔다. 그는 까만 눈동자로 그녀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하나 씨는 지금 내 여자예요. 육성재랑 거리 유지 잘해야 해요. 알았죠?” 지금 이 순간 육현우는 매우 강압적이었다. 마치 자기 구역을 지키는 늑대처럼 다른 사람에게 침범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임하나는 이런 육현우의 모습이 살짝 낯설어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착해라.” 육현우가 손으로 임하나의 허리를 어루만지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착한데 무슨 상을 줘야 할까?” 이럴 때마다 임하나는 육현우에게 끌려다니기 일쑤였다. “네?” 육현우가 살며시 웃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와 한참 키스를 나누었다. 방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한줄기 빛이 복도로부터 새어들어왔다. 육성재는 조용히 문앞에 선 채 방안에서 전해지는 신음을 들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육성재가 결국 몸을 돌리더니 묵묵히 몸을 돌렸다. 그날 밤, 육성재는 해가 뜰 때까지 창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서서히 밝아오는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