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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장

“...” 여강석이 미간을 찌푸렸다. 임하은은 여강석의 친구를 그렇게 말한게 실례라고 생각해 얼른 사과를 받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완전 근거 없는 건 아니죠.” 여강석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계속 깎더니 무심한 듯 물었다. “그러면 임하은 씨는 어떤게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임하은이 잠깐 고민하더니 막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녀가 제일 어려울 때 진우석이 나타나 참 따뜻하게 대해줬다. 그때 임하은은 진우석과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자기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삿대질을 하겠냐는 말이다. 여강석이 고개를 들었다. “몇년만에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까요?” 임하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을까요?” 여강석이 웃으며 사과를 한조각 더 건네주었다. “그러면 인연인 걸로 하죠.” “...” 임하은이 잠깐 넋을 잃었다. 뭔가 그녀한테 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강석 씨, 우리 전에 만난 적 있나요?” 임하은이 물었다. “제 말은 용산에 오기 전에 만난 적 있냐는 거예요.” 여강석이 대답은 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왜요? 낯이 익어요?” 임하은은 전혀 생각나는 게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여강석이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 “그러면 본 적 없는 거죠.” “...” 이건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 임하나는 탕비실에서 늘청거리다가 뜨거운 물을 받고는 카운터로 가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결국 보온병을 문 옆에 두고 한참 기다려서야 여강석이 안에서 나왔다. “여강석 씨.” 임하나가 자세를 고치고 똑바로 섰다. 여강석이 문을 닫고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가 많아요.” 임하은이 멈칫했다. “언니 챙기는 건데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죠.” “네.” 여강석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과묵한 사람 같았다. 간호사의 부탁이 떠오른 임하나가 가려는 여강석을 불러세웠다. “저기...” 여강석이 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아봤다. “?” 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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