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장

“...” 임하나는 완전히 멍해졌다. 목도리를 두른 채 상처받은 고양이 같은 촉촉한 눈빛으로 육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표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 “말한 대로예요.” 육현우는 임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담 갖지 말아요. 내가 한 짓이니 책임질 거예요.” 책임을 진다라... “그럼... 지영 씨는요?” 임하나의 말을 들은 육현우는 눈썹을 찡그렸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이때 구조팀의 차가 시동을 걸었다. 육현우는 손을 내밀어 임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자신의 품에 꼭 안았다. 임하나는 몸이 굳어지면서 육현우를 밀어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저 애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자 육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육성재랑 결혼하고 싶어요?” 임하나는 마음이 아팠다. 육성재를 생각해서 마음이 아픈 게 아니라 지금 육현우에게 거짓말해야 해서 마음이 아팠다. “아무래도... 성재는 아이의 아빠니까요...” 육현우는 몇 초간 임하나를 바라보고 있더니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나 씨한테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성격을 바꾸지 못한다고 할까? 아니면 고집이 세다고 할까? 육현우는 욕하고 싶어도 임하나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임하나는 자신의 무릎만 쳐다보면서 진심이 아닌 말을 내뱉었다. “대표님이 받아들인다면 모를까.” “뭘 받아들여요?” 임하나는 머뭇거리다가 육현우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이의 새아빠가 되는걸요.” “하나 씨!” 육현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하나 씨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진 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육성재는 안 돼요.” 연은아와 육성재 때문에 적잖이 역겨운데 육성재의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른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임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럼 말할 것도 없죠.” 그러자 육현우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 그 아이를 낳을 거예요?” “네.” 임하나는 고집스럽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쨌든 생명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