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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장

구내식당. 한승호가 밥을 가지러 갔다. 그때 육현우는 휴지를 빼서 김아영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말해 봐. 임하나 씨가 뭐가 불쌍한데?” 김아영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임하나 씨는 다 같은 세상이라 해도 빛이 안 드는 곳이 있대요. 뒤에 튼튼한 백이 없으면 받은 만큼만 되돌려주려고 해도 오히려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대요. 현우 오빠, 정말 임하나 씨 너무 불쌍한 거 같아요.” 그런 임하나가 마음이 아파진 육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또 뭐래?” “부모님이 안 계시더라고요. 가족이라곤 언니 한 명인데 어릴 적부터 괴롭힘을 많이 당했대요.” 김아영이 서글픈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덤덤하게 말했는데도 너무 마음이 아픈 거예요. 그러면서 나랑 비교하게 됐죠. 나는 부모님도 있고 오빠도 있어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잖아요. 내가 하늘에 별을 따달라고 해도 따줄 사람들이에요. 그런데도 평소에 얼마나 틱틱대고 성질부리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하나 씨와 비기면 정말 천국에서 사는 거랑 다름없잖아요.” 육현우가 입꼬리를 당기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참 대견하다.” “아참.” 김아영이 주머니에서 수표를 꺼내며 말했다. “현우 오빠, 전에 내가 오빠를 속였어요. 사실 임하나 씨 내가 준 돈 안 받았어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나랑 자리를 바꿔준 거예요. 정말 너무 착하지 않아요? 임하나 씨한테 지는 건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아요.” 육현우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진다고?” “맞아요.” 김아영이 국을 한모금 들이켜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현우 오빠도 모르는 척 그만해요. 나도 이 회사에 온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오빠가 임하나 씨한테 얼마나 잘해주는지는 나도 알아요. 오빠 임하나 씨 좋아하죠. 맞죠? 게다가 지금은 임신까지 했으니 남자로서 책임을 져야죠!” 육현우는 멈칫하더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오빠, 오빠는 우리 오빠처럼 감정에는 조금 둔한 사람 같아요.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자각을 못 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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