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장

“하, 내가 방금 너무 상냥했죠?” 신효신이 성질을 부리며 아래로 내려가 끝장을 보려고 했다. 그때 여강석이 신효신의 어깨를 토닥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일단 차 빼. 걸어서 들어갈게. 밖에서 기다려.” “하지만 형...” “한 번 더 얘기해줘?” 여강석의 말투가 살짝 변했다. “아니요.” 신효신은 이를 악물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경비를 째려보고는 차를 뺐다. ... 임하은은 다리를 다쳤기에 거북이처럼 앞으로 걸어갔다. 단지에 들어오자 마음이 편해진 그녀는 화단 옆에 잠깐 앉아서 쉬었다. 이때 강아지 한 마리가 근처로 다가오더니 다리에 몸을 비비적거렸다. 임하은이 허리를 숙여 그 강아지를 어루만졌다. 여강석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런 임하은을 조용히 지켜봤다. 여기서 임하은을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임하은은 아마도 그를 잊은 듯했다. 임하은은 조금 더 앉아 있다가 다시 집으로 향했다. 누군가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고개를 돌려보면 아무도 없었다. 집으로 들어와 슬리퍼로 갈아신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문구멍으로 내다봐도 사람이 보이지 않자 문을 열었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문고리에 걸어놓은 주머니가 떨어졌다. 주머니를 확인한 임하은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건 아까 의사 선생님이 지어준 약이었다. 분명 빈손으로 돌아왔는데 이 약은 어디서 온 걸까? 약을 가져올 만한 사람이라면 여강석밖에 없다. 누군가 따라온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여강석인 것 같았다. 여강석의 얼굴이 떠오른 임하은은 놀라서 식은땀이 삐질 났다. 쾅 하고 문을 닫았지만 다리가 후들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일부러 틀린 주소를 가르쳐준 걸 상대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나 상대에게 밉보여 복잡한 일에 휘말리는 게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집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웠던 임하은은 진우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참 울려서야 진우석은 전화를 받았다.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진우석이 짜증스럽게 물었다. “뭐야?” “언제 와? 나...” “친구랑 술 마시고 있어. 기다리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