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장
어둠이 짙어지고, 밤은 고요하게 깔려 있었다.
가로등이 켜질 때에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강수아는 이런 비 오는 날씨를 가장 싫어한다.
강성시는 지리적 위치가 애매해서 남쪽도 아니고 북쪽도 아니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오면 강성시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습한 추위로 견디기 어려워진다.
더 최악인 것은 강성시에는 난방이 없다는 점이다.
겨울을 나려면 집에서는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켤 수 있지만 밖에 나가면 오직 사람의 체온 하나로 견뎌야 한다.
창밖에 맺힌 물방울을 보자 강수아는 점점 더 기분이 우울해졌다.
최성훈은 최태수를 보고 나서 그녀에게 와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성훈은 최태수를 보고 병원에 와서 의사를 불러준 뒤,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났으니 회사에서 야근하는 것도 아닐 텐데... 게다가 유 비서 같은 사람들도 있으니 굳이 성훈 씨가 나설 필요도 없을 거잖아? 설마... 소윤정이랑 같이 있는 건가?’
소윤정을 생각하자 강수아의 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5년 전에도 내 남자를 빼앗더니 또다시 그럴 셈인 건가? 그년은 왜 사라지지 않는 거야.’
창밖에 내리는 비는 그녀의 마음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송이준은 검사를 끝낸 후 아무 약도 처방하지 않고 서둘러 떠났고 이제 병실에는 강수아와 간병인만 남아 있었다.
둘은 아무 의미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강수아 씨, 최 대표님이 정말 강수아 씨를 많이 아끼시는 것 같아요. 정말 잘 대해주시더라고요.”
최근 며칠 동안 최성훈이 강수아를 얼마나 아껴주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입에 넣으면 녹아내릴까 손에 들면 깨질까 하는 정도였다.
간병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강성시의 재벌가 아들이 어떻게 이렇게 한 여자를 애지중지할 수 있는 거지? 결혼한 지 5년이나 됐는데도 아내랑은 사이가 좋지 않고 마음속에는 오로지 강수아 씨만 담고 있다니... 정말 감동이야.’
강수아는 병상에 기대어 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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