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장
소윤정은 최성훈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차 안에 앉아 창문을 내리고 있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늘 그렇듯이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 눈빛에 담긴 것은 경멸이었다.
최성훈의 그런 태도에 소윤정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당신이나 썩었겠죠. 머리가 썩었어요.”
하준이가 최성훈의 손에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소윤정은 그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손에 벽돌이라도 있었다면 그녀는 주저 없이 최성훈을 향해 던졌을 것이다.
소윤정의 반격을 듣고 최성훈이 흥미로운듯한 눈빛을 띠었다.
그의 기억 속에 소윤정은 언제나 순종적이고 부드러운 존재였다.
그가 아무리 비아냥거리고 모욕을 줘도 그녀는 그저 웃으며 떠날 뿐 반박하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송이준과 만난 이후로 소윤정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이제는 말싸움도 서슴지 않았고 성격도 한층 더 강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윤정의 눈에선 분노의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만약 지금 칼을 들고 있었다면 소윤정은 주저하지 않고 최성훈에게 휘두를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최성훈은 이렇게 분노에 찬 소윤정이 오히려 더 재미있어 보였다.
그는 사실 이런 그녀의 변화가 어느 정도 마음에 들었다.
이전의 순종적인 소윤정보다 지금의 그녀가 훨씬 더 흥미로웠다.
“아, 너 머리가 썩은 거였어? 그래서 다리도 제대로 못 움직였던 거구나.”
최성훈은 비아냥거리며 말하더니 곧 하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 아빠가 엄마 데려올게.”
하준은 아빠가 엄마를 데리러 간다는 말에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좋아요. 아빠, 빨리 엄마 데려와요. 엄마는 덜렁대는 성격이라 평소에 출근할 때도 뭘 자주 깜빡깜빡해요. 오늘도 아마 머리를 놓고 나온 것 같아요. 아빠가 꼭 도와줘야 해요.”
아이의 말에 최성훈은 미소를 지으며 하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 알겠어.”
그는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리며 소윤정을 향해 걸어갔다.
소윤정은 하준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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