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장 홀연히 나타난 남자
어머니의 얼굴이 괴롭게 일그러졌다.
“진작 그 애가 이렇게 우리 집안을 망칠 줄 알았다면, 마음이 약해져서 아이를 입양하지 말았어야 했어. 여은아,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어리석었어.”
나는 충격에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저한테 이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어머니는 무기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입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네가 생겼어. 여월이는 너를 아주 잘 보살펴줬고 나랑 네 아빠는 점점 여월이를 친 딸로 삼았어. 그동안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얼마나 고분고분 우리를 잘 따랐는지 몰라. 나랑 네 아빠도 나중에 우리가 없을 때 여월이가 너를 잘 챙겨주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고.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어머니의 말에 나는 문득 5년 전 송여월이 왜 나를 모함했는지 납득이 갔다. 만약 송여월이 송씨 가문의 딸이 아니라면 모든 게 설명이 되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탄식하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엄마, 걔가 친딸이 아닌데 왜 5년 전에 제 말을 믿어주지 않으셨어요?”
“네 말을 믿지 않은 게 아니라 우리는 증거가 하나도 없었어. 게다가 너한테 사고가 나고 여월이가 변방까지 가서 너를 찾았다니까. 나랑 네 아빠보다 더 초조하게 말이야. 돌아왔을 때 중상을 입고 죽을 고비까지 넘기지 않았니. 걔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걔를 의심할 수 있겠어... 네 아빠도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조사해 봤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 그래서 우리는 네가 하는 말을 그대로 들을 수도 없었어. 그때 너는 겨우 열여덟이었고 어려서 철이 없을 때도 있지 않니...”
어머니는 미간을 찌푸리며 후회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기에 나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이날 밤, 나는 어머니와 본가에서 밤새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치러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송씨 가문의 골치 아픈 일은 내가 처리해야 했다.
이튿날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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