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미쳤어
염지훈은 화를 냈다. 내 기분도 딱히 좋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억누르고 있던 서러움을 당장 전부 다 털어놓고 싶어져 붉어진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염지훈, 내가 왜 이혼하고 싶어 하는지 몰라? 송여월이 임신을 했는데 나더러 어떡하라고? 계속해서 모른 척하면서 당신과 연기해야 해? 아니면 두 사람에게 쫓겨나서 송씨 가문 얼굴에 먹칠을 할까?”
그 말들은 거의 고함처럼 내뱉어졌다. 심장이 죽을 것처럼 아파왔다. 그랬다,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 2년간의 자잘한 나날들에서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이제 그것에서 발을 빼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오직 나만 알고 있었다.
염지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여월이 임신을 했다고?”
그의 두 눈에는 놀라움과 의아함만이 가득했고 한참이 지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송여월이 임신한 것을 모르고 있었나? 하지만 멈칫하기도 잠시, 송여월은 언젠간 그에게 이 이야기를 전할 테니 딱히 놀라울 건 없었다. 염지훈의 감정을 살펴볼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대로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그때, 손목이 덥석 잡혔다.
“여월이 임신한 것 때문에 나랑 이혼하겠다고 하는 거야?”
미간을 찌푸린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하며 되물었다.
“그 정도면 이혼하기엔 충분한 이유 아니야?”
“부족해!”
그는 나를 품으로 끌어당기며 검은 눈동자로 뚫어지게 쳐다봤다.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만약 그것 때문이라면 송여은, 잘 들어. 난 이혼에 동의하지 않아. 여월이에 대해선 내가 잘 처리하고 제대로 설명해 줄게.”
“어떻게 처리할 건데?”
염지훈을 쳐다보는 내 눈빛에 비아냥이 섞였다.
“애 지우라고 하게? 아니면 밖에서 새살림 꾸려서 몰래 잘 살아가기라도 하게?”
염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송여은, 똑바로 이야기를 할 순 없는 거야?”
나는 염지훈을 밀어냈다. 아이가 염지훈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 사이는 더 이상 계속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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