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본가로
나는 제자리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그를 쳐다봤다. 지금 염지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처음에 나는 염지훈은 송여월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송여월을 사랑하니 분명 자연스럽게 나와 이혼하고 송여월과 가정을 꾸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젯밤에 보인 이상한 반응에 나는 조금 막연해졌다.
내가 꿈쩍도 하지 않자 염지훈은 눈썹을 까딱했다.
“오늘 일출 꽤 볼만 해. 다 보고 가자.”
그것은 통보였다.
나는 조용하게 이미 산봉우리를 넘은 해를 쳐다봤다. 몸에 닿은 눈부신 아침 햇살은 따스하기 그지없었다. 염지훈이 얼마나 더 오래 볼 건지 알 수가 없어 나는 그저 묵묵히 옆에 서 있기만 했다.
내가 미동이 없자 자리에서 일어난 염지훉은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나를 보지도 않고 곧장 차에 올라탔다.
별다른 할 말이 없는 듯 도시 쪽으로 향하는 내내 차 안은 적막에 휩싸였다. 오직 차 창밖으로 나뭇잎이 바람에 휘날리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염지훈의 차가 청산각으로 향하는 것을 본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길가에 세워줘. 나….”
“출근하기엔 아직 일러. 가서 좀 자.”
그의 목소리는 평온하고도 낮았다.
“됐어, 전지안네에 가서 쉬면 돼.”
나는 염지훈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송여월 쪽을 어떻게 처리하든 지금 난 청산각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대화를 하는 사이, 차는 이미 청산각 밖에 멈춰 섰다. 진한일의 손에는 캐리어가 들려있었다. 조금 익숙한 캐리어에 먼저 묻기도 전에 진한일이 염지훈을 향해 말했다.
“데표님, 사모님 짐은 전부 가져왔습니다.”
염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안에 가져다 놔.”
고개를 끄덕인 진한일은 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불만이 가득해져 염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렷다.
“내 동의도 없이 내 짐들을 가져오는 게 당신이 말한 처리야?”
나를 쳐다보는 염지훈은 평온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할머니가 우리 사이의 일에 끼어들길 바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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