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손에 야채를 들고 음식 준비를 하던 이현숙은 큰아들 집에서 매일 요리하는 일상이 지겨워 작은 아들 집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뽑았다고? 말도 안 돼.”
이현숙은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하게 말했다.
불과 이틀 전에 양윤경이 수술비 마련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기에 절대 차를 뽑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돈 빌려달라고 연락이 올까 봐 두려웠다.
“진짜야. 새 차 뽑은 걸 마을 사람들이 다 봤다니까?”
“손녀가 출세했구먼. 부럽다 부러워.”
이현숙은 사람들이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칭찬하자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손녀가 정말 차를 산 게 맞다면 서운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신은 반신반의로 바뀌었고 혼자 추측할 바엔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는 게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길목에 이르자 멀리서 승용차 한 대가 보였다.
“딸, 이 차 너무 멋있는데? 엄마가 운전해도 돼?”
“당연하죠. 두 분 얼른 운전면허부터 따세요. 면허가 나오면 얼마든지 운전해도 돼요.”
“그래. 좋아. 우리 집도 이제는 자가용이 생겼구나.”
하정욱은 호탕하게 웃었다.
“내일 다 같이 읍내로 나갈까요? 인테리어 끝난 가게를 보여주고 싶어요. 구경해야죠.”
마트를 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인테리어가 마무리되었으니 이제는 가격 협상을 위해 납품 공장을 일일이 찾아가야 한다.
세 식구는 화기애애하게 새로 산 승용차 옆에 둘러앉아서 수다를 떨었고 나중에는 비행기도 사자며 농담했다.
“과일이랑 야채는 마을에서 재배한 걸 쓰고 싶은데 이건 아빠가 도와주실 수 있죠?”
“당연하지. 집마다 뭘 심고 있는지 빠삭하니까 아빠한테 맡겨. 우리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다들 흔쾌히 도와줄 거야.”
하정욱은 웃으며 답했다.
현재 마을에는 농사를 짓는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젊은 사람들은 전부 일하러 도시로 나갔다.
하선아가 마을에서 재배한 야채를 수입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하선아에게 감사해할 것이다.
이현숙은 장바구니를 손에 든 채 걸음을 움직이며 승용차 앞으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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