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불평을 들었음에도 이현숙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기분이 좋은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욱이네가 오늘 차 한 대 뽑았어. 방금 보고 왔는데 좋더라.”
“우리 손자 운전면허 따고 싶다고 했었지? 내가 20만 원 보태줄 테니까 얼른 학원 보내.”
전미화는 충격을 금치 못한 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요? 차를 뽑았다고요?”
“응. 여자애가 차 있어서 뭐 하냐고 잔소리 조금 했더니 정욱이가 어찌나 화를 내던지... 솔직히 결혼하면 남의 집으로 넘어가잖아.”
이현숙은 하정욱이 했던 말을 떠올리기만 해도 분통이 터졌다.
“나중에 둘째가 세상을 떠나면 저 집은 상주할 사람이 없잖아. 그때 되면 또 우리 손자가 나서야지.”
예로부터 장례식 상주는 집안의 맏아들이나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전미화는 이현숙이 20만 원을 보태준다는 말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선아는 뭘 하고 다니길래 돈을 이렇게 많이 벌죠?”
“설마 남 보기 부끄러운 일을 하는 건 아니겠죠?”
전미화는 머릿속으로 막장 드라마 한 편을 떠올렸다.
“나도 이참에 운전면허나 따볼까? 정욱이도 신청했다며?”
하정수가 말했다.
“당신은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우리 아들부터 면허를 따야죠. 그래야 나중에 드라이브도 같이 가지 않겠어요?”
전미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수십만 원을 써야 하기에 전미화는 아들이 배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하정수는 난처해하며 물었다.
“알았어. 그런데 선아가 우리한테 차를 빌려줄까?”
듣다 못 한 이현숙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안 빌려줄 이유가 뭐 있어? 넌 선아 큰아버지잖니. 우리 다 같은 식구인데 빌리지 못할 게 뭐야.”
“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식구끼리 좋은 게 있으면 서로 나눠야죠.”
전미화도 한마디 거들었다.
‘큰형님네 어차피 딸 한 명이잖아?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우리한테 도움받을 게 뻔한데 차 정도는 빌려도 되지.’
전미화는 아주 당연하게 모든 걸 자기 소유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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