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저녁. 양현경은 오진숙과 양윤경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선아가 옷이랑 저녁을 사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
양윤경이 말했다.
양현경은 핸드폰 너머로 침대를 가득 채운 쇼핑백 여러 개를 보게 되었다. 상당히 비싼 브랜드의 로고도 보였기에 아침에 하선아에게 이체해 준 60만 원이 부족한 건 아닌가 싶었다.
테이블에는 따뜻한 죽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도 놓여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수다를 떨다가 양현경은 영상통화를 마쳤다.
“몇 시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니? 밥은 안 해? 날 굶겨 죽이려는 생각이야?”
곧이어 화가 잔뜩 난듯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우아하게 한복을 입고 파마머리를 한 여성은 양현경의 시어머니다.
“오랜만에 엄마랑 동생이랑 통화 좀 했어요. 지금 바로 식사 준비하러 갈게요.”
양현경은 저녁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얼른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러나 울컥한 마음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10년이나 모셨는데, 정작 본인의 엄마가 왔을 땐 옆에 있어 주지도 못하는 신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 몇 개가 뚝딱 완성되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이 차려졌지만 늘 그렇듯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고기가 질기구나.”
시어머니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입에서 고기 한 덩이를 뱉어냈다.
이를 본 임호진은 버럭 호통을 쳤다.
“다음부터 연하게 푹 삶아. 우리 엄마 치아 안 좋은 거 몰라?”
양현경은 하선아에게 이체해 준 60만 원을 떠올리며 화를 꾹 참았다.
“이번 달 생활비 다 썼어. 조금만 더 줘.”
아니나 다를까 임호진은 곧바로 젓가락을 내치며 말했다.
“다 썼다고? 또 다 썼어? 한 달에 200만 원씩이나 주는데 부족하다는 게 말이 되니?”
“엄마랑 동생이 오랜만에 와서 20만 원 송금했어.”
차마 60만 원을 줬다는 얘기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호텔까지 예약해 줬는데 돈은 왜 줬어?”
“툭 까놓고 말해 모시겠다고 난리를 피운 사람이 너잖아.”
양현경은 애써 화를 참으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답했다.
“내 아들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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