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방 안은 단숨에 정적에 잠겼다. 몇몇 남자들이 여전히 흥분한 기색이었지만 강재혁의 차갑고 냉담한 눈빛이 닿는 순간 모두 얼어붙었다. 누구도 감히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주다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더욱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주다인은 어디 있지?” 그때 1층으로 떨어진 주다인은 고통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 강재혁과 화해하지 못했지만 그와의 갈등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큰일은 아니었다. 감정싸움을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다인은 주저하지 않고 외쳤다. “저 여기 있어요!” 그 목소리에 강재혁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는 긴 다리를 내디디며 창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주다인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옷은 찢겨 있었고 희고 매끄러운 피부 위로 선혈이 흘렀다. 그 모습을 본 그의 가슴은 어딘가에 찔리듯 아팠다. 그는 숨을 가다듬으며 눈동자에 번뜩이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여기 있는 놈들, 전부 데려가. 한 명도 남기지 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재혁은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그를 따르던 부하들이 놀라 외쳤다. “강 대표님!” 그가 무모하게 뛰어내린 것은 아니었다. 미리 착지 지점을 살펴뒀고 주변 구조물을 이용해 균형을 잡으며 풀밭 위에 두 발로 정확히 내려섰다. 주다인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강재혁을 바라보았다. 그의 외투가 허공을 가르며 벗겨지는 순간, 마치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고도 단호하게 그녀에게 외투를 덮어주고 부드럽게 안아 올렸다. “미안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 굳게 다문 턱끝에서 감정이 새어 나왔고 차갑던 눈빛엔 조금씩 안도감이 번졌다. 조금 전, 주다인을 본 순간 그의 마음 한편은 이미 무너져 내렸다. 그는 주다인을 안고 빠르게 자리를 떴고 모텔에 있던 남자들도 뒤이어 질질 끌려 나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두운 구석에 숨겨진 감시 카메라는 조용히 그 모든 광경을 기록하며 붉은 불빛을 깜박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