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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하현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으나, 석진의 태도를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윤에게로 다가가 제안했다. "나랑 같이 나가지 않을래? 이따가 무슨 문제라도 생길 것 같아서." "그게…" 다윤은 약간 망설였다. 그녀는 대학시절 하현과 친한 사이이긴 했지만, 보시다시피 오늘 밤의 주인공은 석진이었다. 만약 다윤이 지금 나간다면 석진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을까? 한편, 하현이 바로 자리를 뜨기는 커녕 오히려 아름다운 같은 과 동기 다윤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보자 석진은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석진은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현, 아직도 안꺼지고 꾸물대는건 그렇다치고, 지금은 아예 우리의 아름다운 과 동기까지 데려가려고 하네. 네가 뭔데? 성공한 사람이야? 잊지 마! 너는 데릴사위일 뿐이고, 우리는 너 같은 동기를 둔걸 창피하게 생각할 뿐이란걸!" "맞아!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잘나가고 있는데. 어쩜 너는 그 모양이야. 우리반 망신이야!" "얼른 안꺼지고 뭐해! 다윤아, 쟤는 데릴사위야. 쟤한테 속으면 안 돼!" 석진은 오늘 밤의 주인공이었다. 몇년동안 사회물은 먹은 몇몇 동기들은 능력이 좋은건 아니었지만 비위 하나는 잘 맞추었다. 그들은 모두 하현을 조롱하고 비웃었다. 하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다윤이 나중에 큰 문제에 말려들까 봐 두려워한 것만 아니었더라면, 하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도 않았을것이다. 다른 한편, 석진은 하현이 아직도 떠나지 않고있자 자신의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했다. 석진은 은행 카드 하나를 꺼내 식탁 위로 던지면서 냉소했다. "웨이터, 계산 좀 부탁해요. 아직도 꺼지지 않고있는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겠어요. 이 한 끼는 그가 한평생 뼈빠지게 벌어도 먹을 수준이 아니란걸요." 석진의 돌발행동은 보는이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실버 카드! 십억 원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만 신청 할 수 있는 카드이다. 석진이 이토록 젊은 나이에 이 정도로 성공하다니! 젊다고 함부로 판단하는게 아니였어. 하지만 하현은 어떤가. 아무리 봐도 가난뱅이에 찌질해보이기까지 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차이가 어쩜 이리 큰 걸까? 아니나 다를까, 실버 카드를 보자 겨울도 석진을 다른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는 꽤 능력 있는 듯했다. 미녀의 인정하는 눈빛을 느끼자 석진은 내심 기뻤다. 그는 하현을 쳐다보다가 계속했다. "아니다, 생각이 바뀌었어. 웨이터, 오늘 밤은 더치페이로 할게요. 얘 몫만 얘가 내고 나머지는 제가 내겠습니다. 계산서를 두 개로 나눠주세요." 웨이터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래로 내려갔다. 다윤은 이 순간 하현이 안타까웠다. 아까 그냥 가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오늘 밤의 음식은 수백 수천만 원으로 예상되며, 1인당 평균적으로 천만 원 이상은 내야 할 것 같았다. 하현은 그 금액이 감당 가능할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은행 카드를 꺼냈다. 하현이 쪽팔림 당하지 않게 그녀가 대신 계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카드를 들고 내려간 웨이터와 매니저처럼 보이는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왔다. 웨이터가 죄송스럽다는 표정으로 석진을 향해 허리 굽히며 말했다. "손님, 죄송합니다, 카드 잔액이 부족합니다." 석진은 잠시 멍해있다 화를 냈다. "장난하세요? 카드에 수십억 원이 있는데 잔액이 부족하다니요?" "네, 손님. 죄송합니다. 오늘 저녁은 17억 원입니다. 이 신사분의 몫을 빼고도 손님께서는 16억 원을 내셔야 합니다…" "푸흡…" 하현은 액수를 듣고 웃음이 터졌다. 예의가 없어 보이는 행동이었다. 석진은 과연 바보 자식이었다. 아무도 웨이터가 가져온 와인 두 병에 대해 몰랐지만, 하현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유명한 에덴 XIII, 리테일가로 한병에 8억 원 정도 하는 프랑스산 정통 로열 와인이었다. 석진이 아까 두 병을 주문해서 가격은 이미 16억 원을 넘었다. 석진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웨이터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장난해요? 여기 인원이 스무 명도 안되는데 우리가 어떻게 17억 원어치를 먹어요? 여기 매니저 불러요. 그쪽 호텔이 얼마나 썩었는지 확인해보게요!" 웨이터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예상하던 일이었다. 웨이터는 뒤로 물러서서 말했다. "이 분이 저희 매니저입니다." "좋아!" 석진은 고개를 돌려 깔끔하게 차려입은 매니저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 장사 이따위로 할거야? 어떻게 1인당 1억 원을 써? 내가 누군지 알아? 강이준이 내 사촌형이야! " 매니저는 당황해하지 않았다. 그는 침착하게 천천히 말했다.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녁 식사는 1억 정도밖에 안 돼요. 하지만 손님께서는 프랑스산 고급 와인 에덴 XIII을 두 병 시키셨습니다. 하나에 8억 원입니다. 저녁 식사까지 합하면 대략 17억 원 정도 됩니다. 하지만 손님이 강 부장님 사촌이시니 저희가 이미 가격을 할인해 드렸습니다…" "당신 진짜 죽고싶어?!" 석진은 무척 화났다. 그는 매니저의 셔츠를 멱살 잡고 소리질렀다. "어떻게 8억 원이 넘는 와인이 여기 있어? 설령 있다 해도, 나는 이렇게 비싼 와인을 원한다고 말한적 없어. 경찰에 신고할거야!" 매니저는 치솟는 화를 누르면서 천천히 석진의 손을 치웠다. 매니저는 이바닥에서 일을 한 지 수년이나 된 베터랑이라 별의별 사람들을 다 봐왔다. 그러나 석진처럼 돈이 별로 없으면서 부자인 척하는 사람은 보다보다 처음 봤다. 매니저는 숨을 크게 들이쉰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 몇 가지 명확히 설명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손님께서 저희 호텔에서 가장 좋은 술을 요구해서 저희는 손님 요구대로 최고급 와인을 제공했습니다. 둘째, 저희 웨이터가 가격에 대해 두 번이나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손님은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셋째, 이 모든 것들은 CCTV에 기록되어 있으니 저희한테는 증거가 있습니다. 경찰을 부르고 싶으시다면 맘대로 하세요." 짝짝짝… 매니저는 말을 끝낸 뒤 가볍게 박수를 쳤다. 쾅! 프라이빗 룸의 문이 거세게 열리면서 나시만 걸친 건장한 남성 몇이 뛰어들어왔다. 전부 다 험악하고 무시무시해 보였다. 조금 전에 경비가 보고하러 왔을 때, 매니저는 이미 누군가 사고를 칠 것 같아 경호원들을 대동했다. 석진은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벌벌 떨었다. 그리고 어금니를 악물며 말했다. "당신들 대표 어딨어요? 대표를 만날래요! 그쪽은 "불법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불법 가게'를 차렸다는 말인가?" 버즈컷의 한 젊은 남성이 흰 셔츠를 입고 손에는 파워볼 두개를 든채 웃으며 걸어 들어왔다, 남자는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사악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그의 포스에 눌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뒤걸음쳤다. 플래티넘 호텔의 주인 변백범은 서울의 유명인사 중 한 명이었다. 플래티넘 호텔은 그의 재산 중 일부였다. 원래 욕을 하려 했던 석진의 얼굴에 순간 땀이 쫙 흘렀다. 이 자는 변백범이다! 상류층 인물 변백범! 석진은 아까 이준과 백범이 친구라고 떠벌이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준이 백범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란 걸. 석진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백범에게 입을 뻥긋할 자격조차 안된다. 대표님이 도착하신 것을 보고 매니저는 차갑게 말했다. "손님, 실버 카드와 아우디 차 키를 가지고 계시네요. 주문금액을 감당 못하시는 분은 아니신 것 같네요. 손님께서 직접 최고급 와인을 주문하셨고 한번에 두 병을 원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결제하기를 거부하시네요." "아닙니다! 아니예요!" 석진은 재빨리 말했다. "우리가 낼게요, 우리가 결제할게요!" 석진은 말하며 과 동기들에게 애원의 눈빛을 보냈다. 그의 실버카드에는 약 십억 원 좀 넘게 있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석진이 열심히 일하여 모은 전부였다. 그리고 아우디는 할부 대출을 통해서 구매한것이였다. 이런 그에게 17억 원을 혼자 감당하라는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아까 석진에게 잘 보이려 아부하던 친구들은 이 시각 다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잘난 척은 지가 다하고, 아까 제일 비싼 와인도 지가 시켜놓고는 이제와서 무슨 딴소리야? 우리 보고 결제하라고? 어림도 없어!' 백범은 냉큼 그들의 생각을 읽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가 석진의 얼굴을 두 번 툭툭 건드렸다. 그러고나서 말했다. "돈이 없으면서 부자인척 좀 하지 마시지 그래? 잘난척은 더욱더 삼가했어야지." "네, 네, 네…" "오늘 밤 당신은 밥값을 내지 않아도 돼." 백범이 웃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제발 말씀하세요! 제발! 최선을 다 할게요…" 석진은 간절히 부탁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백범은 사악하게 씨익 웃었다. "이 여자와 저 여자, 오늘밤 나랑 있게 해줘." 그의 시선은 겨울에게 갔다가 다윤에게로 떨어졌다. 이 두 여자, 한 명은 섹시했고 한 명은 청순했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밤이 될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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