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0장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
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
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
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
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
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
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
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
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
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
“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
“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
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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