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장

천진명의 말은 겉보기엔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의 말투에는 은근히 자랑하는 뉘앙스가 숨어 있었다. 신이 이런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그 신이 그런 일을 못 한다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천진명의 말 속뜻은 자신이 모시는 신의 지위가 높아서 평범한 풍수지리 같은 사소한 일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박재서와 김송희는 연예계에서 오래 활동해 온 터라 천진명의 말 속에 숨은 의미를 바로 눈치챘다. 하지석과 강가을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강가을은 방송 중인 관객들 앞에서 그의 말을 바로 반박하지 않고 단순히 말했다. “여우 요정은 다섯 신들 중에서 가장 성격이 까다롭죠. 보통 작은 일에는 잘 나서지 않아요.” 천진명은 강가을의 말에 만족하며 그녀가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자부심이 느껴졌다. “맞아요. 그래서 평소에는 제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직접 처리해요. 지난 회차에서도 사실 집의 문제를 알아차렸지만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죠...” 이 말을 하며 그는 은연중에 자신을 더 높은 위치에 두었다. 물론, 천진명은 나이가 가장 많은 게스트 중 하나이기는 했지만 도술계에서는 나이보다는 능력이 더 중요했다. 스스로를 과시하고 있는 천진명에 하지석은 조금 불쾌해졌다. 하지만 천진명은 최근 신영수 사건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하지석과 강가을의 능력에 주목하는 반면, 자신의 ‘신을 초대하는' 퍼포먼스가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인기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방송에서 그는 자신의 능력과 지위를 강조하고 싶었다. 강가을은 더 이상 천진명과 말을 섞지 않았고 하지석은 가짜 도술사인 천진명이 보여주는 연극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정보도 나눕시다. 근데 천사 ID가 어떻게 되세요?” 하지석의 이 말에 강가을을 제외한 다른 게스트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생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일순간 멍해졌다. [천사 ID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