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장
“큰 형부가 그런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결혼하고 지금까지 누나한테 그렇게 잘해주길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족들이랑 짜고 누나 혼수집을 눈독들일 줄 누가 알았겠어요.”
허윤호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둘째 형부 가정 형편이 어떤지 우리는 몰라요. 둘째 누나는 형부네 집에 가본 적도 없잖아요. 솔직히 말해요. 여자한테 얹혀 살고 싶어하는 부류인가요?”
허윤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둘째 누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사람을 착각해서 당날에 혼인신고를 할 정도로 둘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런데 둘째 누나는 이혼은 절대 안 한다고 버티고 있으니 갑갑했다.
허윤호는 이게 다 부모님이 너무 결혼을 재촉해서 생긴 사단이라고 생각했다. 20대 중반이면 아직 그렇게 늦은 시기는 아닌데 집에서 결혼하라고 자꾸 재촉하니까 귀찮아서 대충 아무하고나 결혼한 것 같아서 가슴이 쓰렸다.
“처남, 난 여자한테 빌붙을 생각 없어. 걱정 마. 절대 누나가 가진 것을 욕심낼 일 없을 거야. 누나가 가진 혼전 재산은 온전히 누나의 것이고 건드릴 생각 전혀 없어. 누나의 혼전 채무는 열심히 일해서 같이 갚아 나갈 생각이야.”
대연그룹 장남이 뭐가 부족해서 여자한테 빌붙어 살까.
김정호는 처음으로 괜히 가난하다고 거짓말했나 하고 후회했다.
아내는 그가 돈을 적게 벌어서 생활고에 시달릴까 봐 걱정하면서 나가서 간식을 사먹을 때도 가격을 따졌다.
처남은 자신이 아내의 재산을 눈독들일까 봐 쌍불을 켜고 압박하고 있으니 자존심이 안 상할 수 없었다.
“누나랑은 이미 혼전 계약서를 썼으니까 걱정 마.”
김정호는 손을 뻗어 처남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허윤호는 혼전 계약서를 썼다는 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는 둘째누나가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허유정은 사랑에 큰 기대가 없고 결혼도 부모님의 재촉에 시달려서 아무나 잡고 결혼한 것 같았다. 아마 부모님이 재촉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혼자 살았을 가능성이 컸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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