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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하지만 친정 엄마의 걱정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첫만남에는 당연히 좋은 인상만 남기려 하기 마련이다. 그녀는 직접 만나서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 아빠랑 같이 장 보러 나갈게. 넌 아직도 과일 수확 중이니? 일단 그분들 모시고 집으로 오지 그래?” “할머니가 농장을 더 둘러보고 싶다고 하셨어. 이따가 갈게. 난 효진이네 회사에서 주문한 과일을 포장해서 출고 준비해야 해. 좀 바빠.” 한미숙이 나무라듯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시댁 어른들 오셨는데 옆에 있어드려야지. 농장에 그 많은 일꾼들 고용해서 뭐 해? 이런 일들은 직원들에게 맡겨.” 올해 농장이 대풍년이라 한미숙도 판매 경로를 걱정한 적 있었다. 다행히 올해는 운이 좋아 대량 주문이 많이 들어오면서 어느 정도 재고가 정리되고 있었다. 비록 딸의 사업에 간섭하는 건 아니지만 농장 생산량이 어떤지, 판매가는 어떤지 한미숙은 항상 주목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재고들을 다 처리하면 본전은 뽑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한미숙은 주의해야 할 것들을 세세히 일러준 뒤에 전화를 끊었다. 통화를 마친 그녀는 급히 남편을 불러 장 보러 시내에 나갔다. 사돈을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소홀할 수는 없었다. 한편, 김정호는 할머니와 어머니와 함께 허유정이 평소에 쉬는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유정 씨 사는 곳이 좀 초라해요.” 강미자는 조금 낡았지만 깨끗하게 정리된 방 안을 둘러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너희가 결혼한 게 진짜라면 초가집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할머니는 고개를 돌려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양 기사는 밖에서 망 좀 봐줘. 작은 사모님 들어오실 때 자네도 같이 들어오고.” “네, 어르신.” 그렇게 양 기사는 문밖에 남아 망을 보기로 했다. 양 기사를 내보낸 뒤, 어르신은 손을 들어 김정호의 팔뚝을 찰싹 때렸다. 지팡이를 안 가져왔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당장 이 후레자식의 종아리를 패버리고 싶었다. 김정호는 군말 않고 묵묵히 할머니의 매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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