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받아요, 이건 생활비이기도 해요, 남편이니까 당연히 와이프랑 자식들한테 돈 벌어줘야죠."
김정호는 억지로 그 돈을 허유정한테 주며 말했다.
"어제 월급 받았는데 이 돈을 꺼내서 생활비로 하려고 했어요. 우리 집은 유정 씨가 가주니까 유정 씨가 돈 관리해야죠."
허유정은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가 쳐다보자 이런 일로 충돌하고 싶지 않아 그가 주는 생활비를 받았다.
"열쇠 줘요."
김정호는 오피스텔 열쇠를 주었고 그녀는 열쇠를 받고 떠났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허유정이 정말 옷 사러 간 걸 확인해서야 김정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허유정이 작성한 협의서 초안을 한참 말없이 쳐다보았다.
"따르릉..."
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그의 총괄 비서 민지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허유정이 집에 없었고 아이들도 잠에 들었기에 김정호는 들킬 걱정이 없어 민지훈의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왜, 일 없으면 전화 못 해? 회사의 모든 일을 나한테 맡기고, 내가 워낙 바쁜데 네 일까지 받아서 더 바빠, 전화했는데 태도가 이렇기나 하고."
민지훈은 원망하며 말했다.
대연 그룹 총괄 비서로서 그의 일이 아주 많았는데 김정호가 회사에 사흘 동안 오지 않는다고 했기에 상사의 일이 그한테로 가서 더 힘들어졌다.
민지훈은 이러다가 아직 결혼도 하지 못했는데 죽을 것 같았다.
"중점만 말해!"
김정호가 진지하게 요구했다.
민지훈은 입을 삐죽거리고는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고 물었다.
"대표님, 사모님이랑 어때? 아까 단톡방에서 일을 안배하다가 중간에 멈췄잖아, 혹시 사모님이 왔어?"
대표님이 신분을 숨기고 가난한척 하기에 그는 대표님과 사모님의 지내는 방식이 아주 궁금했다. 사모님은 평범한 사람이라 생활방식이 분명 대표님과 같은 재벌 도련님과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대표님이 적응할 수 있겠어?'
"그건 내 사적인 일이야, 대답하는 걸 거절할래."
김정호는 부부가 어떻게 지내는지 말하고 싶지 않았다.
"대표님, 우리가 상사랑 부하직원뿐만 아니라 좋은 친구잖아,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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