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유정 씨, 제가 말했잖아요, 저희가 부부니까 유정 씨 일이 제 일이라고요. 유정 씨가 저한테 빚 갚아달라고 하지 않아도 제가 여윳돈이 있으면 빚 갚아줄 거예요." "그건 결혼하긴 전 제 채무인데 어떻게 정호 씨한테 갚아달라고 하겠어요? 게다가 두 아이의 유치원 비용을 모두 정호 씨가 부담하잖아요. 한 달에 800만 원인데 전에 모아둔 돈 다 쓰지 않았어요? 정호 씨는 애들 학비부터 걱정하세요, 제 빚은 제가 알아서 갚을게요." "효진이가 소개해 준 그 거래로 올해 비룟값이랑 직원들 월급은 다 해결했어요. 나머지 과일들을 팔아서 번 돈이 올해 버는 돈입니다. 연말에 귤이 유통되고 나면 또 벌 수 있으니까 올해 일부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김정호가 가만있자 허유정이 일어나 아이의 연필을 가지고 와서 달력을 찢더니 뒤에 <결혼 전, 결혼 후 계약서>라고 쓰기 시작했다. 김정호는 그녀가 진지하게 나오자 더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계약서 초안을 작성하고 허유정한테 보여주었다. 결혼 전 계약은 아주 간단했고 하나였다: 허유정이 결혼 전에 빚진 수억은 김정호와 상관없기에 김정호가 도와서 갚아줄 필요가 없다. 결혼 후 계약은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초고속 결혼이라 감정 기초가 없기에, 부부는 같은 침대에서 자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어쩔 수 없이 같은 침대에서 자야 한다면 상대의 허락 없이 부부생활을 하겠다고 요구할 수 없다. 둘째: 부부 쌍방은 서로에게 자유로운 공간을 남겨주어야 한다. 셋째: 일 년 안에 이혼을 제기할 수 없다. 만약 여자가 먼저 이혼을 제시했으면 남자한테 청춘 손해배상 비용을 지급해야 하지만 남자가 여자의 능력을 벗어난 금액을 제시하면 안 된다. 남자가 먼저 이혼을 제기하면 여자는 남자와 아이를 하나씩 나누게 된다. 김정호는 세 번째 계약을 보자 입꼬리를 부들거렸다. '허유정이 아이를 나누겠다니.' '애를 직접 낳은 것도 아닌데 나누겠다는 건, 이혼하고 나서 아이를 방패 삼아 부모님이 결혼을 재촉하는 걸 막겠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