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거기까지 얘기한 문어 인간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강이서는 이제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더 놀랍지 않을 것이다.
강이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 표정으로 얘기했다.
“네가 남자친구가 뭔지 아직 잘 몰라서 그래. 나중에 남자친구, 여자 친구가 뭔지 천천히 알려줄게.”
17번이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이건 강이서가 여태까지 본 가장 인간 같은 표정이었다.
문어 인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강이서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는 피어오르는 화와 불안을 억누르고 평소처럼 온순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이서가 문어 인간을 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화내지 마. 알았어?”
문어 인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이서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입에 넣으려고 했다.
“...”
강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젖은 눈동자가 본인을 지켜보는 것을 마주 보았다.
문어 인간은 강이서의 머리카락을 입에 무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도 습관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강이서는 또 자기 머리카락을 문어 인간의 입에서 꺼냈다. 하지만 문어 인간도 고집스럽게 자꾸 강이서의 머리카락을 입에 넣었다.
화를 내려는데, 문어 인간이 억울한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강이서를 쳐다보았다.
‘그래...’
가위를 찾아낸 강이서는 큰마음을 먹고 머리카락을 잘라 문어인간의 손에 쥐여주었다.
17번은 보물을 얻은 사람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짧아진 강이서의 머리카락을 보면서 또 시무룩했다.
“...”
강이서는 그런 문어 인간이 꽤 재밌다고 생각했다. 손을 들어 젖은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 또다시 길 테니까.”
여유로운 강이서의 태도에 문어 인간은 더욱 깊이 빠져버렸다.
촉수가 슬금슬금 올라오는 것을 눈치챈 강이서가 뒤로 물러났다.
“안 돼.”
...
사무실에서 나온 후 강이서는 복도에 기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17번은 이제 제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오늘 강이서가 목숨 걸고 지키지 않았다면 베라는 아주 위험했을 것이다.
온몸이 시큰거렸다. 강이서는 어깨를 주무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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