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7화
도둑은 이소영에게 맞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연신 용서를 빌었다.
“제발 그만 때려요! 그만 때려요! 더 맞으면 정말 큰일 나요!”
이소영은 화가 덜 풀린 듯 도둑의 다리를 다시 한번 걷어차며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사람 짓은 안 하면서 목숨은 잃을까 두려워?”
이소영이 분노를 터뜨리는 동안, 옆에 이진기가 서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진기는 이소영의 이런 거칠고 격렬한 모습에 놀라움을 느꼈다. 이소영에게 이런 폭력적인 면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흠흠!”
이진기는 일부러 헛기침을 두 번 하며 이소영의 주의를 끌었다. 그 소리에 이소영은 자신을 도와 도둑을 제압한 사람이 이진기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다.
“진기 씨! 당신이었어요? 어떻게 X시에 있는 거죠?”
이진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약간 어이없어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소영 씨, 이제야 저를 보신 건가요?”
이소영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도둑을 다시 한번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다 저 녀석 탓이에요. 물건을 훔쳐도 하필 제 걸 훔치다니! 어쨌든 오늘은 진기 씨 덕분에 살았네요. 안 그랬으면 제가 새로 산 가방이 암시장으로 흘러갈 뻔했어요.”
이진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소영 씨 재력이면 이런 가방을 천 개, 만 개라도 사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이 도둑의 행동은 정말 밉상이네요. 일단 이 녀석부터 경찰서에 데려가는 게 어떨까요?”
이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그러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
곧 경찰이 도착해 도둑을 수갑으로 채워 데려갔다.
이소영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진기 씨 덕을 많이 봤으니 제가 밥이라도 사고 싶은데, 어때요?”
이진기는 배를 살짝 쓰다듬으며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저는 방금 친구 집에서 밥을 먹고 왔거든요. 하지만 소영 씨가 아직 안 드셨다면 제가 같이 있어 드릴 수 있어요.”
“그럼 그렇게 해요.”
이소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두 사람은 구룡상가 근처의 한 카페에 앉아 오후 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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