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0장
이천후는 제자리에서 꼬박 반 시간이나 서 있었다. 그러나 어수환은 끝내 다시 빛을 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우나연은 여황전의 공주니 그녀가 가진 생존 수단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설령 위험해졌다 해도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가 어디지?’
이천후는 이제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그의 눈앞에 끝없는 평원이 펼쳐져 있었고 왼쪽 전방 약 백 리 거리에는 거대한 성채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크기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이렇게 큰 안전 요새를 만나다니! 전에 봤던 것보다 몇십 배는 더 크잖아.’
이천후는 잠시 성채를 주시했다.
이 정도 규모라면 무사들이 대거 모여 있을 것이 분명했다. 마침 우나연의 행방도 알아볼 겸 그곳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청이에게 성채로 향하겠다고 알린 후 적염왕을 몰았다.
하지만 막 출발하려던 순간 허공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천후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급박한 외침도 들려왔다.
“살려줘요! 이 호랑이 같은 여자가 사람 잡겠어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천후는 흠칫했다.
‘이 목소리 익숙한데? 설마...’
그리고 곧 한 낯익은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짐승 가죽으로 만든 옷을 걸친 채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된 사내, 탁월한 도주 실력을 자랑하는 탁재환이었다.
그가 도망치고 있다는 건 당연히 뒤에서 누군가 쫓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천후는 즉시 천조 신곤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추격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제손을 다시 내려놓았다.
탁재환을 쫓고 있던 이는 다름 아닌 조민희였다.
이 두 사람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이천후는 순간 타향에서 고향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을 느꼈다.
오랜만에 보는 조민희는 여전히 눈부셨다. 하얀 비단 치마가 그녀의 고운 피부를 감싸고 있어 마치 옅은 구름이 밝은 달을 가리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살기를 온몸에 두른 채 사나운 모습으로 탁재환을 쫓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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