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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7장

앞서 도망치던 정태오는 이 광경을 보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정훈마저 죽어버렸으니 손해가 너무 크다. 그런데 그는 이 와중에 아무것도 건진 게 없으니 이보다 더한 분노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지금은 정훈의 시신을 거둘 겨를조차 없다. 살기 위해서는 미친 듯이 도망쳐야 한다. 뒤쫓아오는 마령에게 잡히면 끝장이니까. 그때 이천후는 혼비백산한 채 보물 창고에서 뛰쳐나오는 청이를 보았다. “청이 씨! 어서 올라와요!” 이천후는 적염왕을 타고 번개처럼 달려가 그녀를 와락 끌어올렸다. 그리고 제대로 앉힐 겨를도 없이 그대로 품에 안고는 미친 듯이 위로 도망쳤다. “서, 선배님!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청이는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 채 다급하게 물었다. “설명할 시간 없어요. 지금 당장 빠져나가야 해요.” 이천후는 짧게 말하고는 다리를 조였다. 그러자 적염왕은 속도를 더욱 끌어올려 거의 빛처럼 앞으로 날아갔다. 이천후는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황혜교가 위험했다. 마령이 이미 그녀를 거의 다 따라잡았고 죽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그 순간 황혜교가 낡은 청동 솥 하나를 꺼내더니 그대로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저게 뭐지?’ 이천후는 눈을 번쩍 떴다. 황혜교가 사용한 그 청동 솥이 대체 어떤 보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마령이 강력한 일격을 날려도 솥이 부서지지 않았다. ‘최소한 성기급 보물이겠군. 저 안에 숨어 방어할 수 있다니, 저건 사기템이야.’ 이천후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황혜교가 이런 보물을 가지고 있었다니.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 그녀는 주작 제국 황족의 직계였고 여황전 전주의 수양딸이었다. 그러니 저 정도의 보물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제성이었다. 마령은 청동 솥을 부술 수 없자 황혜교를 포기하고 곧장 기제성에게 달려들었다. 마령의 속도가 너무 빨랐고 순식간에 기제성을 따라잡았다. 기제성도 보물을 꺼내어 방어했지만 마령의 힘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고 어떤 보물을 꺼내든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만검귀종의 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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