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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3장

이천후는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였다. 인류를 위해서도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육연서를 바라봤고 그녀 역시 그를 향해 눈길을 던졌다. 두 사람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서로의 뜻은 분명했다. 단 하나의 단어로 요약되었다. “죽이죠!” “붕왕은 내가 막을게요. 천후 씨는 아수라왕을 처리해요.” 육연서가 단호히 말했다. 이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연은 아직 중상을 입고 있어 위협이 덜했지만 붕왕은 문제였다. 게다가 혈영 마왕은 육연서가 상대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가 붕왕을 묶어두기만 한다면 그녀에게 아수라왕을 쓰러뜨릴 기회가 생길 터였다. “좋아요. 붕왕은 내가 맡을게요.” 이천후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허리에 걸린 드래곤 팬던트 속의 신비한 광반을 떠올렸다. 광반은 여전히 산예의 원시 골문을 새기고 있었는데 시간은 꽤 흘렀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과정은 마치 복사와도 같았다. 산예 원시 골문에 담긴 정보와 에너지가 너무나 방대했기 때문에 작업이 이전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제 거의 끝나가는 것 같았다. ‘산예 원시 골문이 완전히 새겨지면 산예의 보술을 사용할 수 있겠군. 그것만 있다면 붕왕을 이길 자신이 있어!’ 이천후는 내심 다짐했다. 쿵. 그런데 그 순간 아수라왕이 흑마제단을 조종해 또 한 번 거대한 검은 거인을 소환했다. 그 거인은 봉인된 동굴 입구를 향해 맹렬히 공격했고 그곳에 걸린 성인의 가죽이 강렬히 흔들리며 신성한 문양을 방출해 검은 거인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죽에는 더 많은 균열이 생겨났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갈라진 틈새들 가운데 가장 가운데의 금은 길고 깊어 마치 가죽이 두 동강 나기 직전처럼 보였다.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천후 씨. 지금 움직여야 해요!” 육연서가 날카롭게 외치며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을 방출했다. 그녀는 몸을 감싼 전류를 폭발시키며 마치 천둥과 번개가 현신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전신에서 수많은 전광이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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