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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거실의 남녀는 이미 액션 영화 몇 편은 찍은 것 같다. 첫 번째 공격이 먹히지 않았으니 결국 장기전으로 이어졌는데 그녀는 체력적으로 절대 변서준을 따라잡을 수 없어 결국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변서준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왼쪽 손목을 꽉 잡고 벽으로 눌렀다. 늘 쓰던 수법이다. 그녀는 변서준이 곧 그녀의 두 손을 함께 제압할 것이라는 걸 예상했기에 재빨리 오른손의 반지 비밀 버튼을 눌러 은침을 튕겨 내왔고 마침 무방비 상태로 있던 그의 목젖에 스쳤다. 전에 둘째 오빠가 호신용으로 쓰라고 선물한 이 반지의 침은 아주 작지만 질감은 아주 단단했다. 순간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가까운 거리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변서준이 목젖을 살짝 굴리자 검붉은 피가 목덜미에서 흘러내려 비싼 셔츠를 적셨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너무 독한 거 아니야?” 정가현은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당신처럼 질척거리는 남자한텐 독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 변서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그녀에게 더 바싹 다가갔다. 그는 정가현이 절대 이곳에서 자기를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1센티라도 더 가까이 온다면 이번엔 당신 목 제대로 긁을 테니 믿지 못하겠으면 한 번 시도해 보시던가.” 그녀의 여유로움 속에서 변서준은 독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자는 화가 나면 사람도 잡아먹는다. 변서준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손을 놓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자유를 얻은 정가현은 팔목을 가볍게 주무르더니 변서준을 에돌아 테이블에 놓인 부동산 양도서를 들어 자세히 훑어보았는데 이상은 없었다. 그녀는 펜을 들고 망설임 없이 두 부의 양도서에 서명한 뒤 그중 한 부를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별장을 떠나갔다. 변서준은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손을 들어 목덜미를 만져보더니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 정가현이 나오자 윤태진은 겁에 질려 정원 뒤로 몸을 숨겼는데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 때문에 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정신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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