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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그쪽이 두성그룹 사생아, 모지영? 때깔은 봐줄 만하네요. 근데 아우라는 확실히 정품 재벌 딸들과는 많이 다르네.” 바로 신분으로 공격해 날 납작 누르려고? 모지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불쾌한 감정을 억지로 누르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만약 저 모욕 하려고 불렀다면, 이만 가도 되겠죠?” 모지영이 가방을 들고 일어서려는 순간, 박세율은 그녀의 손을 내리누르며 말했다. “서두르지 말고 진지한 대화나 나누자고요. 약혼자 전처 얄밉지 않아요?” 상대의 입에서 정가현의 이름이 나오자 모지영은 잠시 멈칫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어요?” “나도 그년 얄밉거든요. 그년 처리하는 거 도와줄 수 있는데.” 모지영은 잠시 머뭇거렸다. 박씨 가문의 실력으로 보았을 때 이런 제안은 충분히 유혹적이지만 그녀는 상대의 건방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박세율에게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그녀는 반드시 질질 끌려다닐 것이다. 고민 끝에 모지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안해요, 박세율 씨. 권세도 없는 사생아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전에 몇 번이고 그 여자 손에 죽을 뻔했어요. 전 상대가 되지 않으니 도와드릴 수 없겠네요.” 모지영은 눈을 희번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생아면 뭐 어때서요? 나랑 손만 잡는다면 당신 두성그룹의 유일한 상속자로 만들어줄 수도 있어요.” 목적달성. “그럼 거래하죠.” ...... 퇴근 시간이 되자 정가현은 여유롭게 산타라를 몰고 썬리버 별장으로 향했다. 여전한 대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니 왠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경비는 그녀가 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막지 않았기에 그녀는 정원을 가로질러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변호사가 보이지 않았고 오직 주문 제작 고급 정장을 입은 변서준만 보였다. 그는 긴 다리를 교차한 채 소파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녀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단지...... 그녀는 슬리퍼를 갈아신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가까이 다가가니 변서준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눈 아래는 다크서클이 어둡게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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