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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장

신서찬이 숨을 헙하고 참으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유가현은 창가에 있는 소파에 앉아 그를 등지고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꽉 움켜쥔 주먹에 땀이 고였다. 또 취한게 아닐까? 이틀전 그날 밤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진 않을까? “전 선생님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선생님은 진작에 계획이 있으셨더군요? 그 일에 대해선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신서찬이 절망에 찬 표정으로 연신 손잡이를 덜컥덜컥 비틀어댔다. 논리정연하게 따지는걸 보면 오늘은 취한게 아니구나! 그 말인 즉 오늘이 내 제삿날이라는 건데. 아직 어떻게 가현이를 마주할지 생각도 못 했거늘...... 창문으로 도망가기 위해 성큼성큼 걸어갔지만 유가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할아버님이 미리 싹 다 잠궈놓으셨어요. 게다가 방탄유리라 깨지지도 않는다네요. 그냥 얘기 좀 하려는데 대체 뭐가 무서운거죠?” 이번엔 도망칠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손을 뻗어보니 다행히 가면을 쓰고 있다. 그럼 아마 가현이도 못 알아보겠지? 목청을 가다듬은 신서찬이 입을 열었다. “아가씨,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아가씨를 택한건 사주를 통해 적합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어요.” 유가현이 와인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신서찬을 바라봤다. “말씀드렸을텐데요, 저 좋아하는 사람......” 말끝이 흐려졌다. 창가에 서있는 꼿꼿한 남자의 고상하고도 우아한 모습이 뇌리에 깊이 박힌 그 남자의 모습을 번뜩 떠올리게 했으니까. 얼굴이 굳어진 유가현이 남자를 아래에서 위로 찬찬히 쓸어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불안해난 신서찬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선생님, 누굴 닮으셨네요?” 유가현이 미간을 찌푸린채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에게로 걸어왔다. “아가씨가 잘못 보신걸 겁니다. 저흰 만난 적 없으니까요.” 온기라곤 없는 서늘한 눈빛과 반쯤 잠긴 낮은 목소리.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눈빛에 유가현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더니 별안간 신서찬의 정장 옷깃을 꽉 잡고 그를 창문에 탁 밀치며 소리쳤다. “무슨 수작이야 이게? 변서준, 가면 하나 썼다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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