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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장

“손 썼는지 안 썼는지는 아가씨가 관여할 바가 아닙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에 다들 너도나도 고개를 돌리더니 놀라워한다. 안림 부동산 책임자가 저런 눈에 띄지도 않는 구석자리에 앉아있었다니, 대체 규모가 얼마나 작단 말인가! 저런 회사가 낙찰을 받았다? 변성건설은 그렇다 쳐도 하찮은 부동산 회사 하나도 이기지 못한단 말인가. 다들 수군수군거리며 이번 경매를 무산시키도록 했고 정가현의 지시를 받은 서예지는 침착하게 무대로 올라가 마이크를 건네쥔다. “못 믿으신다니 저희 기획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안림 부동산이 실력으로만 부지를 낙찰받았다는걸 증명해 보이죠.” 다들 헛소리라는듯 콧방귀를 뀐다. MC가 주최측에 공지를 했고 잠시 뒤 주최측에서 서예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내 전광판에 안림 부동산의 기획안이 올라온다. 처음엔 별다를것 없어보였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작성자의 실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전반적인 업계에 대한 분석은 물론 건설 부지의 상업화 시장 분석까지, 조리정연한데다 예리하게 논점만 쏙쏙 집어내고 있었다. 별 보잘것없는 안림 부동산이 사실 잠자고 있는 사자와도 다름없었다니. 누군가 호기심에 차 서예지에게 물었다. “아가씨, 이 기획안 아가씨가 쓴겁니까?” “아니요, 저희 보스가 친히 작성하신겁니다.” 다크벨 사람들과 부동산 직원들에게 기획안 작성을 맡겼지만 몇번이고 퇴짜를 맞은 탓에 이 기획안은 결국 정가현이 밤을 꼬박 새며 작성해낸것이다. ‘진짜 배후’인 정가현이 미간을 찌푸리고 서예지를 째려본다. 말실수를 했다는걸 눈치챈 서예지도 이내 고개를 푹 숙이지만 사람들은 둘 사이의 눈빛교환을 알아채지 못한채 그저 보스가 누구인지 알아내는데만 혈안이 돼있다. 안림 부동산은 하찮아 보여도 뒤에 숨어있는 보스는 심상치 않은 인재임이 분명하다. 다들 조용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안림 부동산의 뒤를 봐주는 미스터리하고 소박한 보스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려고 하고 있다. 감히 누구 하나 반박은 못한채 말이다. 변서아는 기획안이니 뭐니 알아보지도 못했지만 이민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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