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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장

“어르신이 또 뭐라고 하셨어? 아님 맞은거야? 어디 봐봐.” 정가현이 냅다 바지가랑이를 잡아당기려고 하자 탁성훈이 빨개진 얼굴로 다급히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아니야! 다 큰 어른 체면은 좀 살려주지?” 다행히 가는 내내 탁성화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봤지만 딱히 맞아서 주눅이 들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긴, 요샌 촬영 때문에 눈 코 뜰새 없이 바쁜데다가 열심히 하기까지 하니 흠 잡을데가 없을지도. “사고뭉치 대마왕 탁 도련님이 무슨일로 그런 쓰레기같은 진이경 앞에서 손해를 다 보지? 대체 무슨 일이야?” 탁성화가 입을 삐죽거렸다. “미안, 난 그냥 누나가 그런 내 모습 싫어하는것 같아서......조금만 더 시간을 줘, 누나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꼭 변할거니까.” 정가현은 귀담아 탁성화의 말을 들어는 주지만 그렇다 하게 찬성은 하지 않았다. “왜 변해? 고작 내가 좋아하는 모습 때문이라고? 그럴 필요가 있나?” 탁성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견결한 눈빛을 하고 말했다. “누나만 좋아한다면야, 당연히 그럴 필요 있지.” “그래도 난 싫어.” 정가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는거야. 누굴 위해서 일부러 변화를 꾀할것도, 이렇게 주눅이 들것도 없다고. 넌 그냥 너로서 살아가는게 제일 매력적인거지.” 그 시절, 변서준을 사랑한답시고 천진난만하게 자신의 모든걸 바쳐가면서 희생했던 대가가 뭔가? 그 대가는 수치심과 모욕,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들이었다. 물론 가슴 아픈 기억들에 대한 보상을 곧 전부 그 남자에게서 다시 받아내겠지만 몸소 겪어봤으니 주변 사람들은 똑같은 상처를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탁성화는 아무 말도 없지만 여전히 풀이 싹 죽은채로 앉아있다. 어린애 앞에 두고 구구절절 말해봤자 이해도 못할텐데 차라리 그럴바엔 저녁 먹자고 하면서 기분이라도 풀어줘야지. 역시나 탁성화 이 놈은 그새 들떠서는 다시금 눈가에 빛을 머금었다. 둘은 부성시에서 가장 핫하다는 꼬치집에서 거하게 저녁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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