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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화

저녁 시간이 되자 이진숙이 들어왔다. 머리에 맨 붕대를 보니 하준은 마음이 복잡했다. “집에서 쉬시지 왜 나오셨어요? 김 실장에게 얘기해서 제가 간병인을 좀….” “됐어요. 회장님이 이러고 있으니 내가 마음이 놓여야지요.” 이진숙이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말았다. 하준은 이진숙이 두려워서 그런 줄 알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정말 괜찮아요. 하지만 사모님이 오해하셨어요.” 이진숙이 결국 입을 열었다. “그날 두 분이 너무 크게 싸우셔서 제가 미쳐 말씀을 못 드렸는데, 사모님이 그날 괜히 화나신 게 아니에요. 사모님이 집에 와보니 회장님하고 지다빈 씨가 한 침대에 누워 있으니, 아 솔직히 나라고 해도 그런 장면 보면 오해할 만하죠.” “뭐라고요?” 하준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빛이 어두웠다. “지다빈 씨가 왜 내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까?” 이진숙은 어쩔 수 없이 말을 이었다. “그날 발작하셔가지고 제가 지다빈 씨를 불렀는데, 회장님이 그날 다빈 씨를 잡고 안 놔주시더라고요. 나중에 회장님을 침실로 모시긴 했는데 회장님이 다빈 씨 손을 영 놓지 않으셔서… 혹시 다빈 씨를 지안 씨로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 아닙니다.” 하준은 마음이 괴로웠다. ‘내가 누굴 꽉 붙잡았던가? 왜 전혀 기억이 나질 않지?’ 이진숙이 괴로운 듯 말을 이었다. “그날 밤에 실은 제가 사모님을 못 올라가시게 막으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지 기어코 올라가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장면을 보시고 완전히 오해하신 거죠. 게다가 회장님이 사모님을 와인 창고에 넣고 문까지 잠가 버렸으니… 사모님은 얼마나 놀랐겠어요.” “내, 내가… 강여름을 와인 창고에 가뒀다고?” 하준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냥 단순한 부부싸움이 아니었구나.’ “네, 그날 사모님이 얼마나 처절하게 울면서 내보내 달라고 애원하시는지 정말 심장이 찢어지겠더라고요. 그 댁 식구들이 자기를 지하실에 감금하더니 이제는 회장님도 가두냐며….” 그 말을 들으니 하준은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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