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화
죽어서도 상대가 안 되는데 살아있으면 말해 뭐하겠는가?
******
병원.
하준이 다시 깨어났다.
손에는 수액이 꽂혀 있었다.
눈을 깜빡이는데 옆방에서 송영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여름이 이럴 줄 알았어. 얼마나 못됐나 보라고. 하준이는 이 지경을 만들어놓고 이혼 협의서를 보내? 아주 애초에 하준이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인간이라니까.”
“목소리 좀 낮춰. 하준이 깨서 들으면 어쩌려고 이래?”
“내 말이 틀렸냐? 하준이가 못 해준 게 뭐 있다고 이미 죽은 애랑 죽자고 싸우려고 드냔 말이야.”
“……”
“깨셨어요?”
하준이 눈을 뜨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지다빈이 반가워 소리쳤다.
옆방의 목소리가 뚝 끊기더니 잠시 후 송영식과 이주혁이 들어왔다. 둘 다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혼 협의서라고? 가져와 봐.”
하준이 손을 뻗었다.
송영식이 망설이며 건넸다 .하준은 대충 살펴보았다. 위자료니 뭐니 아무것도 필요 없고 그저 이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사인만 해달라고 쓰인 내용을 보았다.
하준이 서류를 와락 움켜쥐더니 박박 찢기 시작했다.
다들 표정이 달랐다. 지다빈이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이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그러신 거예요. 진정하고 나면 반드시 후회할 거예요.”
“나가.”
하준은 지다빈의 목소리를 들으니 머리가 아팠다.
지다빈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송영식이 벌컥 했다.
“무슨 소리야? 네가 쓰러지거나 말거나 강여름은 들여다볼 생각도 안 하는데 다빈이가 널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고.”
“그러면 뭐? 내가 지다빈이랑 결혼이라도 해야 해?”
하준이 차갑게 쏘아보았다.
“그렇게 다빈이 대신 속을 풀어주고 싶으면 네가 결혼하지 그러냐?”
송영식은 할 말을 잃었다.
지다빈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또르륵 눈물을 흘렸다.
“싸우지들 마세요. 사실 제가 잘못했죠. 저만 아니었으면 회장님하고 사모님이 이렇게까지 싸우시진 않았을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저는 이만 병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준은 입을 꽉 다물고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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