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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화

“그만, 제발 그만하고 우리 집으로 가자.” 여름이 침착을 찾을수록 하준은 더욱 당황했다. 그러나 여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되려 입가에 조롱하듯 웃음을 띠었다. “당신 전 여친 때문에 내가 백소영이랑은 친구가 될 수 없다니 그렇게 백지안을 못 잊겠으면 대신 그냥 지다빈이랑 살아요. 흔쾌히 이혼해드릴게요.” “왜 이래, 정말. 지금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이야.” 하준은 머리가 아팠다. 이제 대체 무슨 말을 해야 여름이 믿어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나를 사랑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게 백지안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도인 거야.” 여름이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지안이 닮은 지다빈이라지만, 내일 또 얼마나 더 지안이 닮은 사람이 나타날지 모르지. 나는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대용품일 뿐이에요. 난 이런 상태로 계속 살 수는 없어요. 미안해요. 당신은 아픈 사람이니까 이런 말은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병은 앞으로 내가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부디 스스로 몸 잘 돌보세요.” “아니야, 아니야. 당신은, 강여름은 이 세상에 하나뿐이야.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 가지마. 제발 가지 말아줘.” 하준은 있는 힘껏 여름을 안았다. 이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된 아이처럼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이 차가운 세상에서 여름만이 자신이 곁을 지켜주었다. 이제 여름이 떠나가면 하준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이제 그만 해요. 나는 당신에게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 아니야. 당신 친구들도 나를 비난하고, 당신은 툭하면 사람을 감금하지. 이젠 친구 사귀는 것까지 당신이 동의가 있어야 하다니… 이젠 다 그만두고 싶어.” 여름은 힘껏 하준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하준은 여름을 더 한껏 껴안았다. “가지 마. 난 당신이 없으면 안 돼. 다빈이는 가라고 할게, 응? 우리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 하준은 너무나 두려웠다. 여름과 이런 지경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부부싸움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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