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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화

악마… 악마… 그 듣기 싫은 단어가 하준의 뇌를 자극했다. 하준은 힘껏 귀를 막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증오하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하준은 자신에게 병이 있다는 것도, 여름이 왜 자신을 싫어하는지도 잘 알았다. 이진숙이 와서 하준이 팔을 잡았다. “사모님께 이러시면 안 돼요. 일부러 그런 말을 하신 게 아닐 거예요. 회장님하고 지다빈 씨가 너무 친밀한 모습으로 있어서 그만….” 그러나 하준은 이진숙의 말은 듣지도 않고 팔을 꼭 잡고 매달린 이진숙을 힘껏 뿌리쳤다. 그 바람에 이진숙이 벽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고 기절했다. 지다빈이 즉시 하준의 팔에 주사기를 찔러 넣었다. 하준은 쓰러지더니 얌전해졌다. 거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와인 창고에서 울부짖는 여름의 울부짖음만 들렸다. 지다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정하던 눈이 번뜩하고 악마처럼 빛났다. ‘강여름,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거다.’ ****** 와인 창고.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봤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와인 창고는 창문이 없다 뿐이지 등도 들어오고 온도 조절기도 돌아가고 있었다. 여름은 하준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죽은 사람은 물론이고 죽은 사람의 대용품보다도 못한 존재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최하준, 나도 이제 더는 못하겠어.’ 너덜너덜해지도록 목숨 걸고 싸워봤지만 결국 아름다운 결과는 얻지 못했다. 여름은 이제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한동안 갇혀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일단 잤다. 한참 자고는 깨어나서 문을 두드리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문에 손을 대자마자 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여름은 깜짝 놀랐다. 안에서 살그머니 나와서 보니 이미 다음 날 아침 9시였다. 거실은 조용했다. 그대로 도망가려다가 어젯밤 하준이 화내던 모습을 생각하니 나중에 어찌 되었으려나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가만히 침실 문을 밀어보았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니 하준이 상반신을 드러낸 채 엎드려 있고 지다빈이 슬립 하나만 입은 채로 하준의 등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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