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화
그러나 양유진은 그윽한 눈으로 여름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오랜만이네요.”
“네, 막 퇴근하다가 여름 씨가 보여서 저도 모르게 들어와 버렸습니다.”
양유진이 조금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
“요즘 잘 지냅니까? 아까 보니까 별로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던데….”
“아뇨. 그냥 생각을 좀 하느라고요.”
여름은 부인했다.
“하긴, 이제는 사랑하는 남자의 품으로 돌아갔으니 기뻐야겠지요.”
양유진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양 대표님, 죄송해요….”
여름은 너무나 죄책감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천만에요, 라고 말하지 못하겠네요.”
양유진이 씁쓸하게 웃고는 크루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더니 하나를 여름에게 건넸다.
“저…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름은 당황해서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이제는 저랑 잠시도 같이 있기 싫은가요? 정말 잔인하군요.”
양유진이 애원하는 얼굴로 말했다.
결국 여름은 모질게 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사는 얘기와 회사 얘기를 잠시 나누었다.
그러느라고 맞은 편에 앉은 누군가가 몰래 사진을 찍는 줄도 몰랐다.
30분쯤 앉아 있다가 여름이 다시 핑계를 대며 일어섰다.
“잠시만요….”
양유진이 갑자기 여름의 손을 잡았다.
여름은 무의식적으로 확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이제는… 손만 잡아도 이렇게 놀라는군요.”
양유진의 눈동자가 조금 어두워졌다. 심하게 충격받은 듯했다.
“하긴, 예전에도 나는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었죠.”
“제가 빚을 많이 진 것은 알아요. 네 평생을 두고 갚겠다고 했었죠. 하지만 이제 사람 마음이라는 것은 억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요. 저는… 제 신장을 대표님께 이식해 드릴게요.”
여름은 결심한 듯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양유진은 깜짝 놀랐다. 한참 후에야 약간 화난 얼굴을 했다.
“여름 씨, 날 뭐로 보는 겁니까? 네, 저 화났습니다. 씁쓸하네요. 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보상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양유진은 천천히 일어서더니 주머니에서 사진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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