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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화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대답하세요.” 최하준의 모습을 보고 대답을 재촉했다. 당황하는 표정을 보니 속이 쓰리고 시큰거린다. 왠지 모를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일단 참고 입만 삐죽 내밀었다. “대답 안 하면 떡만두국 안 줄 거예요.” “한 번 해봤습니다.” 여름이 이렇게 질투심이 많은지 몰랐다. 당황스럽다. “전 여친에게 미련이 아직 남아 있나 보네. 얘길 꺼내기 무섭게 얼굴빛이 달라지고.” 여름이 쉬지 않고 쏘아댔다. 좋았던 분위기에 얼음물을 확 끼얹은 느낌이랄까. 최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너무 놀라 여름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아, 미안해요.” “과거사는 서로 들추지 맙시다. 강여름 씨도 한선우와 사귀었잖습니까?” 최하준이 침울하게 주의를 주었다. 일순간 서로 말이 없어지고 침묵이 공간을 지배했다. 여름은 그저 얌전히 불 세기를 높여 떡만두국을 끓였다. 최하준은 말없이 카드를 다시 여름의 주머니에 넣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파 좀 썰어달라니까 그냥 갔네? 이 바보!’ 저녁 식사 후, 여름은 계약서를 내놓으라고 계속 칭얼거렸고 최하준은 하는 수 없이 계약서를 꺼내왔다. “계약서는 찢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사적으로 양유진과 한선우 같은 이성과 접촉하지 말아요. 밤에는 반드시 정해진 시간 내에 돌아와야 합니다. 너무 늦게 귀가하지 마십시오.” 최하준이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날 떠나는 것도 불허합니다.” “네, 네, 알겠다고요. 이렇게 매력이 철철 넘치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 어떻게 떠날 수 있겠어요. 드디어 우리 사이에는 남녀간에 신뢰가 생긴 거랍니다.” 여름이 최하준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그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대담한 키스에 기분이 좋아진 최하준이 계약서를 건네주었다. 여름은 계약서 조항을 불에 천천히 태워버렸다. 그동안 가슴을 짓눌렀던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마침내 사라진 기분이랄까. 저녁 내내 여름은 최하준 앞에서 재잘재잘 활기에 넘쳤다. 여름이 전보다 훨씬 더 생기가 넘치는 것을 본 최하준은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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