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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화

여름은 몸이 떨렸다. 소름이 우르르 떨어질 듯했다. 하준은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눈앞의 사람을 노려봤다. 자기보다 살짝 작은데 검은 슈트를 입었다. 얼굴이 못생긴 것은 아닌데도 어쩐지 거부감이 들었다. 특히나 ‘당신’이라는 말이 거슬렸다. “누구야?” 하준이 여름의 손을 잡고 어린애처럼 물었다. 양유진의 시선이 하준의 유치하게 불타오르는 두 눈을 마주했다. 우아한 얼굴에 경멸의 빛이 떠올랐다. “강여름 남편인데.” 하준이 눈을 깜빡였다. “남편이 뭐야?” 양유진은 웃음을 터트렸다. 조롱하는 시선은 굳이 감출 생각도 없었다. “바보가 됐다더니 하루 못 본 사이에 정말 바보가 되었잖아?” “누가 바보라는 거야. 네가 바보다!” 하준도 양유진이 나쁜 말을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다. 씩씩거리며 그대로 돌려주려고 했다. “나쁜 놈!” 잠시 있다가 아까 텔레비전에서 들은 말을 떠올리고는 덧붙였다. “못생긴 게 못생긴 짓만 골라서 한다니까.” “푸흡!” 여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구역질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하준 덕분에 오심은 반쯤 사라졌다. “저 사람은 못생기기만 한 게 아니고 아주 악랄한 사람이야. 늘 남의 것을 빼앗고 늘 못된 계략만 꾸미지. 저런 인간은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이야.” 여름은 대놓고 하준의 손을 꼭 잡고는 비웃었다. 하준이 진지하게 끄덕였다. “알겠어. 나쁜 사람이구나.” 양유진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러나 하준의 바보 같은 모습을 또 비웃었다. “정말 저런 인간 곁에서 평생 살겠단 말인가? 엄마 노릇을 하나? 이모 노릇을 하나? 궁금해서 말이야.” “뭐가 됐든 당신하고 사는 것보다야 낫지. 양유진, 계속 그렇게 날뛰어 보시지. 경고하는데 당신이 지금 하는 짓 하나하나가 다 위태로운 줄타기야. 맹국진이 비호해준다고 무슨 짓이든 다 덮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당신이 한 일은 언젠가는 다 세상에 까발려질 테니까.” 여름은 뒤에 있는 강태환 내외를 흘겨보았다. “그리고 강여경도 당신이 죽였지? 그래 놓고 저 두 분 앞에서는 내 욕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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