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7화
하준이 가만히 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날뛰던 심장이 그제야 겨우 가라앉았다.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실은 자신이 아니라 여름일 터였다.
저렇게 더러운 인간과 부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테니까.
“가자. 영식이네 할아버지께 인사시켜 줄게.”
하준이 여름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곁눈질로 송영식을 보던 윤서가 갑자기 엄지를 치켜올렸다.
“잘하던데!”
“크흠크흠!”
신이 난 송영식은 엉덩이에서 꼬리가 흔들리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당연하지. 나도 잘하는 게 많다고.”
“하긴, 그 입담을 이길 사람은 거의 없지. 전에 나랑 여름이한테 악담 날릴 때는 정말 집어 던지고 싶었는데 내 편에 있으니 이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네.”
윤서가 송영식을 바라보는 눈이 이제는 매우 부드러워졌다.
송영식은 대체 윤서가 자기를 칭찬하는 건지 욕하는 건지 헷갈려서 어정쩡한 얼굴이 되었다.
******
여름은 하준과 함께 한 바퀴를 돌더니 마지막에는 호텔 직원의 안내에 따라 펜트하우스로 이동했다.
오늘 연회는 2개 층에서 진행이 되었다.
한 층은 귀빈들이 먹고 마시고 노는 곳이었고 다른 한 층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당연히 다들 알다시피 송영식의 집안에서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니 펜트하우스에는 VIP가 있었다.
방앞 에 도착하자 비서가 나오더니 곤란한 얼굴로 여름을 쳐다보았다.
“VIP께서는 최 회장과 따로 할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여름은 즉시 알아들었다. 송태구와 최하준 사이의 일은 상당한 기밀일 테니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연회장으로 가지 말고 이 층에서 기다려.”
하준은 여름이 양유진을 만날까 봐 그렇게 당부하고는 들어갔다.
여름은 하릴없이 복도에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초고층인 호텔 복도에서 전면창으로 내려다보니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여 너무나 아름다웠다. 다만 여름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바짝 다가갈 수는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걸어 다니다가 쭉 뻗어나간 발코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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